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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칸촌 시위 해결 ‘왕양 모델’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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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왕양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 각종 시위와 분규의 해법으로 ‘광둥(廣東) 모델’이 뜨고 있다. 중국 개혁개방 시발지인 광둥성에서 시위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법과 원칙이나 강경 진압보다는 대화와 설득·양보를 중시하는 게 특징이다. 이는 왕양(汪洋·57) 광둥성 당서기가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홍콩 언론은 ‘왕양 모델’이라는 표현도 쓴다.

 대규모 유혈 충돌사태가 우려됐던 광둥성 루펑(陸豊)시 우칸(烏坎)촌 주민 시위 해결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 주민 2만여 명은 지난해 9월부터 지방 정부의 토지 강제 수용과 공무원들의 보상금 착복 등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에는 마을주민 대표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시위가 계속되자 지난해 11월 공안 당국은 강경진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폈다. 그러나 왕 서기는 끝까지 대화와 설득으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안당국은 지난달 말 사망한 마을대표의 시신을 가족에게 인도하고 폭력 등 불법행위로 체포한 주민대표 3명까지 석방하는 양보 조치를 취했다. 성 고위 간부는 수배 명단에 오른 마을 대표들과 보상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다. 파격적인 행보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달 말 시위를 풀고 4개월에 걸친 경찰과의 대치를 끝냈다. 중국 공안 당국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매년 8만 건 정도의 각종 시위가 발생하며, 대부분 강제 진압으로 수습된다.

 우칸촌 문제가 해결되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왕 서기의) 정치적 결단으로 난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역사학자인 장리판(章立凡)은 “우칸 시위 해결은 중국에서 끊이지 않는 토지분쟁을 해결하는 데 획기적인 사건이며 향후 중국 사회의 수많은 모순을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우칸 사태 하나로 광둥식 모델이 관심을 끈 건 아니다. 2010년 5월 이후 성내 최대 경제권역인 주장(珠江) 삼각지 산업단지에서 벌어진 파업사태는 모두 200여 건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되지 않은 파업은 없었다(광둥성 발표). 파업이나 분규가 발생하면, 왕 서기는 성정부 공직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근로자들을 위협하지 말고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광저우(廣州) 포산(佛山)의 일본 혼다(本田) 자동차에서 파업이 일어나자 그는 직접 파업 노동자들을 만나 고충을 들었다. 그는 현지에서 노동자들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설득했고, 이후 노사 합의가 급속도로 이뤄져 파업이 끝났다.

 각종 시위와 분규를 대화와 설득으로 풀어내자 왕양의 정치적 입지가 탄탄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 10월 공산당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9명)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시라이(薄熙來·63) 충칭(重慶)시 서기 등과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 서기는 대화보다는 법과 원칙에 따른 사태 해결을 중시한다. 최근 그는 충칭 시내에서 시위가 발생하면 교통 관련 법규를 적용해 엄단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보 서기는 또 사회주의 이념을 강조하는 홍색 바람을 주도하며 서방 자본주의 병폐를 비판해 중국 내 좌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의 정책은 성장보다는 분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왕 서기는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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