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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치고 호각 불고 … 뭔가 다른 얀손스의 빈 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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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빈 소년합창단이 신년음악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날 행사는 전세계 70개 TV방송과 300여
라디오 방송을 통해 중계됐다. [빈 AP=연합뉴스]
지휘자 얀손스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에서 ‘똑딱 폴카’ 연주 중 알람 시계를 들어보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빈 AP=연합뉴스]

명불허전(名不虛傳)-.

 2012년 1월 1일 오전 11시 15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울려 퍼진 빈 필하모닉(이하 빈필) 오케스트라의 왈츠 향연은 관객의 청각과 시각을 황홀하게 했다. 이른바 ‘꿈의 콘서트’였다.

 빈필 데뷔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6년 만에 다시 신년음악회 지휘봉을 잡은 라트비아 출신의 명장 마리스 얀손스(68)는 연주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관객들은 라데츠키 행진곡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선율을 두 번이나 들을 수 있었다. 빈필은 ‘조국 행진곡’을 첫 곡으로 연주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그의 동생 요셉 슈트라우스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전쟁이 일어나자 오스트리아의 영웅 라데츠키 장군을 추모하며 작곡한 곡이다. 라데츠키 행진곡의 당당한 선율이 흘렀다.

  음악회의 꽃은 빈 소년합창단이었다. 무대 위에 하얀 해군 제복을 입고 선 소년들은 요한 슈트라유스 2세의 ‘트리치 트라치’(재잘 재잘) 폴카에서 기분 좋은 수다로 노래를 불러주더니 2부에선 요한 슈트라우스의 ‘불꽃 축제’에서 다시 등장해 천상의 화음을 들려주었다. 곡을 지휘하던 얀손스는 자신이 동심으로 돌아간 듯 천진난만하게 지휘대 위에서 첼레스타(소형 건반악기)를 연주하며 소년합창단과 하나가 됐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 알버트 공에게 헌정된 곡인 ‘알비온 폴카’도 새해 분위기를 돋웠다. ‘북구의 요한 슈트라우스’라고 불린 덴마크의 왈츠 작곡가 한스 크리스티안 룸비에가 쓴 ‘코펜하겐 아이젠역 갤롭’ 연주는 한 편의 뮤지컬 같았다. 기차가 한 역에서 출발해 다음 역에 정차하는 모습을 빈 필 단원들이 직접 묘사했다. 타악기 단원들은 모자를 쓰고 역무원으로 변신했고, 얀손스는 호각을 불며 정차를 알리는 등 무대에서 즐거운 연기를 펼쳤다.

 또 하나의 놀라움은 빈필이 신년음악회 최초로 ‘러시아의 왈츠 황제’였던 차이콥스키의 왈츠를 연주한 것.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살고 있는 얀손스는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파노라마와 왈츠를 제대로 소화했다.

 얀손스는 앙코르곡으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을 연주했다. 빈 왈츠 특유의 망설임이 담긴 템포 루바토와 청중의 귀를 사로잡는 우아한 음색이 청중을 뭉클하게 했다.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되는 동안 청중들은 지휘에 맞춰 박수를 치며 2012년을 흥겹게 시작했다.

빈=장일범(음악평론가)

◆빈필의 신년음악회는 7일 오후 2시 30분 KBS-1TV에서 녹화 방영될 예정이다. 소니뮤직은 1월 중순 실황앨범을 발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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