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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된 ‘자문형랩’ … 가치·채권형으로 변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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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자문형랩. 지금 말을 꺼내기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다. 지난해 상반기를 휩쓴 금융시장의 히트상품이다. 그러나 그해 8월을 기점으로 투자자의 사랑은 차갑게 식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말 9조1800억원에 달하던 자문형랩 잔액은 다섯 달 새 3조원 가까이 줄었다.

자문형랩을 가장 많이 팔았던 삼성증권도 6월 3조4000억원에 이르던 잔액이 12월에는 2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강남지역의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8월 위기 이후 시장보다 일부 자문형랩의 손실 폭이 더 커지자 투자자의 실망감도 커졌다”고 했다. 그는 “현재 원금을 까먹고 물려 있어 어쩌지 못하지만 시장이 반등하면 환매하겠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 투자자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자문형랩의 변신이 본격화되고 있다. 10개 안팎의 대형 성장주에 투자하던 ‘성장·압축’ 투자 일변도의 자문형랩이 다변화됐다. 펀드처럼 성장형·가치형·중소형주·배당형·월지급식형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다.

 최근 눈길을 끄는 것은 가치주·중소형주 등에 투자하는 자문형랩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최근까지 시장은 이들 유형의 주식이 이끌고 있다. 펀드에서도 ‘KB밸류포커스’나 ‘삼성중소형주FOCUS’ 등이 수익률 상위권으로 올라왔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달 출시한 ‘신한-세븐아이즈 자문형랩’은 가치주 투자형 자문형랩이다. 김준연 전 유리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운용부문 대표로 있는 세븐아이즈투자자문에서 조언을 한다. 한국전력·삼성전자·신세계I&C 등의 투자 비중이 각각 10%를 웃돈다. 자문사 포트폴리오로 대변되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관련주는 한 종목도 없다. 김 대표는 “국내 시장은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에 의해 기업 가치가 과대 혹은 과소 평가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시장의 무관심에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6일 운용을 시작한 이 상품은 그달 말까지 코스피지수가 4% 하락하는 동안 0.5% 수익을 거뒀다.

 자문형랩이 초기에 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해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자문형랩이 등장했다.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버스ETF를 활용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도 있다. ‘SK-섹터 자녀사랑 랩’이나 ‘동양 알바트로스 주식+ETF 자문형랩’은 자산의 일부를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면서, 시장 상황이 안 좋을 경우엔 주식 비중을 줄이고 인버스ETF 투자를 늘려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도록 설계했다.

 NH투자증권이 파는 ‘NH스마일랩’은 주식을 팔기 전까지는 이익은 진짜 수익이 아니라는 증시 격언에 충실한 상품이다. 매달 마지막 영업일 종가 기준으로 랩 잔액을 평가한다. 만약 평가금액이 투자한 돈보다 많은 경우엔 투자자가 지정한 비율(20~80%)만큼 이익을 실현해 투자자의 다른 계좌로 자동으로 옮긴다. 수익을 꾸준히 쌓는 방식이다. 최호영 우리투자증권 랩운용부장은 “지난해엔 투자자가 자문사 이름만 보고 자문형랩을 선택했다”며 “이제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골라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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