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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아이디어 개발(I&D) 시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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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종래 정보기술(IT) 산업에서는 경쟁자가 명확했다. 휴대전화는 노키아, TV는 소니, 이런 식이었다. 스마트 시대로 불리는 지금은 하드웨어(HW)에서부터 소프트웨어(SW)·콘텐트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 간 경쟁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산업 생태계는 구글·애플 같은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는 시장에만 맡겨두면 이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참여해 네트워크·HW·SW·콘텐트를 포괄하는 스마트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역할이 필요하다.

 스마트 생태계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PC와 전화기 같은 개별 기기가 통합되는 추세를 바탕으로 한다. 생태계의 혁신은 스마트TV로 이어지고, 앞으로는 스마트 카 등 타 산업 분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근접통신(NFC)·사물인터넷·위치기반서비스 같은 신산업이 창출될 것이다. 스마트 시대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이러한 신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당장 스마트TV가 스마트폰에 이어 미래를 주도할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TV 통합 앱스토어 구축, NFC 시범사업 확대, 클라우드 법 제정을 추진하는 한편 관련 기술 개발에 1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스마트 생태계의 또 다른 특징은 ‘소비자 중심의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형성(Consumerization of ICT)’이다. 과거에는 휴대전자 제조사 같은 공급자가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앞으로는 검색, 터치 UI, 태블릿PC 등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와 기술을 통해 경쟁하게 된다. 스마트 시대에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 하더라도 소비자가 원하고 편리하게 쓸 수 없다면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이처럼 ‘기술의 인간화’가 글로벌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가 됐다. 이런 추세에 맞춰 정부는 음성·동작인식 등 이용자가 원하는 신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생태계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애플리케이션과 콘텐트다. 과거에는 이를 만드는 데 많은 제작비와 인력이 필요했다. 스마트 시대에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누구나 콘텐트를 만들어 인터넷이나 오픈마켓에 올려 판매할 수 있게 됐다. 1인 기업이 많이 생겨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요즘 취업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층에게 1인 창조기업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중에서 혁신적 벤처기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불공정한 거래 환경을 개선하고,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는 폐지 또는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도 기술 개발 위주의 연구개발(R&D) 정책에서 아이디어 개발을 지원해주는 I&D(Idea & Development) 지원 정책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네트워크와 하드웨어 경쟁력을 중심으로 IT 강국의 위상을 유지해왔다.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SW·콘텐트·앱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혁신적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스마트 시대는 기술과 상상력을 결합하여 혁신적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조경제(Creative Economy)의 시대다. 기술과 상상력을 겸비한 ‘이매지니어(imagine+engineer)’들이 1인 창조기업 및 혁신적 벤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때다.

신용섭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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