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경기도지사가 18일 이해찬 국무총리와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잇따라 만났다. 행정도시법 통과에 따른 수도권 대책과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우리당 원혜영(부천 오정) 정책위의장과 정장선(평택 을).안병엽(화성) 의원과 회동했다. 세 의원 모두 지역구가 경기도다. 손 지사는 먼저 행정도시법에 대한 경기도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전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55%가 부정적이다.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하면 (부정 여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여야 합의로 통과됐으니 수용은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기도가 언필칭 국가의 중심으로서 나라를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을 위해 ▶중앙정부 권한의 과감한 지방 이양▶수도권 규제 혁파▶과천 전체에 대한 근본 대책을 주문했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의 재검토도 요구했다.
원 정책위의장은 "수도권 인구집중 등으로 규제가 많아지다 보니 중학생 교복을 입고 장가가는 꼴"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한 참석자는 "손 지사가 '욕을 먹더라도 경기도에서 이(수도권 경쟁력 강화) 문제를 확실히 풀 테니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여당이 도와 달라'고 해 적극 협조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손 지사는 이어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이 총리를 만났다. 이 총리는 "수도권 발전 대책은 정부가 서울.인천.경기와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은 금융.문화, 경기도는 독일처럼 고부가가치 소재산업 등이 유치.투자돼야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총리는 여건이 되는 대로 이명박 서울시장을 만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행정도시법 통과에 반발해온 한나라당 수도 지키기 투쟁위원회(수투위) 소속 의원들은 손 지사의 회동 소식에 발끈했다. 김문수(부천 소사).안상수(의왕-과천).전재희(광명 을) 의원 등 수투위 핵심 멤버들 역시 경기도가 발판이다. 한 수투위 소속 의원은 "손 지사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열린우리당 의원들부터 만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이제 정부.여당 편에 서겠다는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강주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