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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없이 자녀 키우는 부모들

중앙일보

입력

“공교육만 활용해 자녀교육 성공했죠” 2011 사교육없는자녀교육 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장사순·김형원씨(왼쪽부터)가 활짝 웃고 있다.

“아이가 자신의 적성을 파악한 뒤 진로를 그려보고 목표를 세우도록 도와줬더니 스스로 꿈을 키워가며 공부의 재미를 느끼더라구요.”

 “아이와 논의하며 아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꾸준히 지원해줬더니 혼자 해내는 힘이 점점 커졌어요.”

 서울시교육청이 공모한 ‘2011 사교육없는자녀교육’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학부모 장사순(48·여·서울 구로구 궁동)씨와 김형원(51)·이경희(50·여·서울 강북구 우이동) 부부의 수상 소감이다. 장씨와 김씨 부부는 “사교육이 흔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무모하다는 주변의 시선에 흔들릴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부모의 강한 의지와 자신감만 있다면 자녀도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스로 실험하며 공부하니 과학영재반 합격

 장씨의 아들 강성호(서울 우신중 2)군은 지난해 세종과학고 과학영재반에 합격했다. 사교육의 도움없이 이룬 성과였다. 장씨는 “아이가 EBS 교육방송 강의를 보며 혼자 과학고 입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나면 스스로 복습하고 밤늦게까지 자료를 정리하며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길렀다”고 덧붙였다.

 강군의 이 같은 학습태도엔 어머니 장씨의 지원이 있었다. 장씨는 공교육을 활용해 강군이 적성을 찾고 계발하도록 이끌었다. 강군이 어릴때부터 과학에 흥미가 많은 것을 발견하고 초등 2학년부터 6학년까지 5년 동안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인 과학실험반을 꾸준히 수강토록 했다.

 집에서 스스로 실험을 하며 과학 공부에 재미를 갖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용돈을 모아 실험기구를 사고 실험약품과 시약을 이용해 중·고교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을 직접 해보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장씨는 “아이 혼자 하기 어려운 실험은 함께 인터넷으로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탐구하고 원리를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일이 반복되고, 이런 과정이 결국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워준 것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 덕에 강군은 중학생 때 화학자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꿈도 세우게 됐다.

 강군은 학교 성적이 평균 97점대로 상위권이다. 중학교 1학년 1학기 이후로 학원을 다닌 적이 없다. 장씨는 “아이가 학원 강의 방식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판단해 스스로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 뒤 혼자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성적이 올랐다”고 회상했다. 요즘 강군은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학습사이트인 꿀맛닷컴과 EBS 강의만으로 공부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공부해오던 것들이다. 과학과 수학은 고교 과정을 듣는 수준이다. 강군은 시험을 앞두고 엄마를 학생 삼아 공부한 내용을 설명해본다. ‘자신이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기 위해서다. 장씨는 “아이가 자신의 적성을 파악한 뒤 구체적인 진로를 생각하고 목표를 세우도록 도와줬더니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도보여행·봉사활동하며 진로 찾아

 올 3월 경희대 사회학부 새내기가 되는 김요한(19)군은 지금껏 한번도 학원을 간 적이 없다. 주말에 가끔 영어와 수학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이 유일한 사교육이다. 고교 3년간 집 근처 독서실과 학교 자습실에서 매일 밤 11시까지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했다. 고교 3년간 학급회장도 맡을 정도로 대외 활동에도 열심이다.

 친구들을 보며 학원의 유혹에 흔들릴 때도 있었다. 고교 입학 직후였다. 중 3 때 반에서 2등이던 실력은 고교 입학 직후 치른 반편성 고사에서 중급반으로 떨어졌다. 아버지 김씨는 “겨울방학 동안 선행학원을 다니지 않은 결과였다”며 “하지만 아이와 상의한 뒤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으나 1년이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났다. 고 1때 주요 과목 4~5등급이었던 내신 성적은 고 2 때 2등급대로 올랐다. 고3 첫 기말고사에선 1.8등급으로 뛰어올랐다.

 김군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목표였다. 김씨는 아들 김군에게 다양한 체험기회를 주기 위해 다른 학생들은 선행학습에 열중할때인 겨울방학만 되면 함께 도보여행을 다녀왔다. 김씨는 “중3부터 고2 때까지 2박 3일씩 아들과 함께 전라도와 남해안을 걸어 일주했다”며 “학업 고민과 스트레스를 비우고 새로운 경험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 이씨는 다양한 비교과활동 정보를 모아 김군에게 추천했다. 김군은 고2 여름방학에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의 ‘희망누리 체험단’에 참가해 2주 동안 인도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김군은 가난하고 고통 받는 극빈층의 삶을 목격한 뒤 사회학과로 진로를 정했다. 2학기엔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네팔 도서관에 기증할 도서를 모으는 캠페인도 벌였다. 김씨는 “아이가 찾지 못하는 다양한 정보를 함께 모아주고,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도와줬다”며 “아이가 고민에 빠질 때마다 함께 고민하고 조언해주며 안정감을 갖도록 노력한 것도 도움이 된 것같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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