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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을 이렇게 모를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1호 30면

김정일이 세상을 떠났다. 북한 매체가 보도하듯 김정일이 실제로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는지 우리로선 정확히 알기 어렵다. 북한 통치세력 내부의 내밀한 정치역학과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의 권력과 영향력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도대체 알기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깜짝 놀랄 만큼 새로운 최고지도자에 대해 아는 게 적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9일, 김정일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놀랐던가. 나는 그 뉴스에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고, 건강상태가 나빴고, 나이가 꽤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는 마치 하나의 제도 같았다. 인간이 아닌 듯했고, 파괴할 수 없는 그 무엇 같았다.

외국인의 눈으로 봤을 때 김정일 사망 소식을 듣던 장면이 보통사람들에게 ‘역사의 한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2월 19일 낮 12시3분. 김정일 사망 발표가 있던 그 시각, 나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옆자리 동료는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김정일이 숨졌다”고 소리쳤다. 사무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관련 정보를 더 찾으려고 구글을, 네이버를 뒤졌다. 하지만 시간이 점심 때라는 것을 깨닫고, 마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밥을 먹으러 밖으로들 나갔다.

거리에는 그리고 우리가 간 감자탕집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예상하거나 상상했을 법한 공포나 패닉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사람들은 무관심하게 밥을 먹고 자기 일을 했다. 사망 발표가 마치 ‘김정일이 요리 수업을 들었는데, 요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정도의 소식인 것처럼.

하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소식을 더 듣기 위해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동료가 점심 먹는 걸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는 탈출 전략을 떠올렸다. 나는 사망 소식을 처음 듣는 순간, 이웃집에 사는 악당이 죽은 것 같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러나 바로 안도감은 불확실성과 공포로 바뀌었다. 잠깐만… 그럼, 이제는? ‘네가 알고 있는 악당이, 네가 모르는 악당보다 더 나을 것인가’.

그때 김정은에 대해 우리가 실제로 뭘 알고 있기나 한지 의심이 들었다. 나는 신문을 통해 그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나 모호하고 알맹이가 없었다. 고작해야 김정은이 미국 프로농구(NBA)를 좋아한다는 게 전부다. 나는 적어도 김정일에 대해선 알고 있다고 느꼈다. 그에 관한 책을 읽을 수 있었고, 그의 동작 하나하나를 연구하는 전문가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정은에 대해선 캄캄하다. 심지어 나이조차 제대로 모른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맨 먼저 ‘몇 살이냐’고 묻는 한국 사회인데, 새로운 북한 지도자의 신상명세와 역할에 대해 약간의 힌트를 주는 것이 전부다.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와 지도자들을 상세히 알 수 있는 세계화·정보화 시대에서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인들은 김정일 사망 소식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반면 미국에 사는 나의 부모님은 매우 놀랐다. 딸이 북한과 접해 있는 위험한 지역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내게 전화했다. 괜찮은지, 여차하면 한국을 빠져나올 현금은 충분한지 물었다. 지구 반 바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님이 김정일 사망 소식에 한국인보다 더 놀라고 걱정스러워했다는 것은 재미있지 않은가.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실제로 뭘 할 수 있을까. 피란 가방을 싸고, 라면을 잔뜩 사놓고, 현금을 챙겨야 할까. 이곳은 우리의 집이고 고향이다. 떠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기다리는 것이다. 김정은이 좋아하는 NBA 팀이 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미셸 판스워스 미국 뉴햄프셔주 출신. 미 클라크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아트를 전공했다. 세종대에서 MBA를 마치고 9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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