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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미국 제 3당 만들자” … 프리드먼·만델바움의 충격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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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 쇠망론
토머스 프리드먼 외 지음
강정임 외 옮김
21세기북스, 556쪽
3만5000원

언뜻 보면 요즘 붐을 이루고 있는 ‘미국 때리기’의 아류 같다. 하지만 번역서 제목이 주는 오해다. 원제 ‘한때는 우리가 그랬었다(That Used To Be Us)’에서 짐작이 가듯, 미국의 위기를 인정하지만 좋았던 시절에서 교훈을 찾아 이를 극복하자는, 그리고 극복할 수 있다는 제안을 담았다. 미국인들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독일 국민에게 고함』(피히테 지음, 범우사)을 연상케 하는 이 책은 베스트셀러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등을 통해 ‘세계화 전도사’로 유명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과 존스홉킨스 대학 석좌교수이자 국제관계학 권위자인 마이클 만델바움의 공동작품.

막대한 재정적자는 미국의 과제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표심을 잡기 위해 세금 감면 정
책을 펼치며 위기를 키우고 있다. 사진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급여세 감면 2개월 연장안에 서명하는 모습. [워싱턴 UPI=연합뉴스]

 이들은 미국이 직면한 4대 과제로 세계화, 정보기술(IT)혁명, 막대한 재정적자, 지구온난화를 든다. 그리고 고교 졸업자의 23%가 ‘2+X=4’일 때 ‘X’가 무엇이냐는 수준의 미 육군 모병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정도라는 교육실패를 개탄하거나 세금 감면, 저금리, 정부지출 증가란 ‘경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 높은 실업률 등 경제위기의 실체를 덮어 왔다고 지적하는 등 위기상황을 보여준다.

 이런 대목은 우리 현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지만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내용도 상당하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이다. “자유주의자들은(우리나라에선 진보진영이라 할 수 있겠다) 미국의 문제를 월스트리트와 대기업의 책임으로 돌리고, 축소되고 있는 경제적 파이의 평등한 분배만을 지적한다. 보수당은 미국의 미래경제에 대한 해결은 간단하다고 주장한다. 눈을 감고, 뒤꿈치를 세 번 구르고, 세금 감면이라고 말하라. 그러면 경제적 파이는 기적적으로 확대될 것이다”라고.

 또 있다. “지난 20년 동안 민주당원과 공화당원들은 같은 목표를 공유하나,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지닌 동료라기보다 적대적 부족에 가까워졌다. 상대방을 악마로 묘사하는 것이 정치적 수사의 주 요소가 되고 있다”며 집권당을 “정상적인 미국인들의 적”이라거나 대통령을 “조국을 배신한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인 예를 제시한 지적이다.

 생각거리도 제공한다. “신생매체는 일반적으로 기존매체에 비해 규모가 더 작은 청중을 목표대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이런 신생매체 환경은 워싱턴 내 당파 갈등을 더욱 조장한다. (…) 시청자나 청취자가 이미 취하고 있는 의견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정치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을 목표 청중으로 한다”에 이르면 우리 사회의 갈등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은이들은 위기 탈출을 위해 과거 경험에서 추출한 ‘아메리칸 포뮬러’ 를 제시한다. 더 많은 미국인에게 공교육 제공, 사회기반 시설 구축과 지속적인 현대화, 이민 문화 상시 개방, 기초 과학연구 지원 확대, 민간 경제활동에 필요한 규정 마련 등 5가지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이민 확대를 제외한 방안은 우리에게도 유효한 처방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충격요법’으로 민주· 공화 양당 외에 제3 당의 필요성까지 거론하는 걸 보면 역시 ‘문제는 정치’란 생각을 갖게 한다. 기본적으로는 미국 독자를 위한 책이지만 지도층을 중심으로 우리 독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김성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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