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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 전문식당에 웬 저울? 맛은 기본 … 놀랄 만한 양은 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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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싱싱장어는 장어의 참 맛을 내기 위해 직화구이만을 고집한다. [조영회 기자]

요즘 민물장어 값이 치솟고 있습니다. 1㎏에 3만3000원 하던 생산지 원가가 불과 10여일 만에 4만3000원을 넘어섰습니다. 치어가 잡히지 않는 상황이 한 동안 계속되면서 장어 전문점 마다 돈을 주고도 장어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습니다.

 오늘 천안시 용곡동에 있는 ‘싱싱장어 고려수산’을 소개해 드리는 이유도 최근 장어시세와 무관치 않습니다. 이익은 적게 남기고 많이 주는 전략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싱싱장어 김재성(45) 사장은 아예 손님 테이블에 저울을 갖다 놓고 장사를 합니다.

정량인데 뭘 그리 놀라나?

직화구이 전문점인 싱싱장어는 100% 국내산 민물장어를 많이 줍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량을 주는 겁니다. “정량을 주면서 왜 많이 준다고 하느냐”고 따지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민물장어 1㎏을 시키면 식탁에 1㎏의 장어가 올라오는 게 아닙니다. 머리나 뼈, 내장 등을 발라내면 살코기는 대략 700~750g 정도가 남습니다.

그렇다면 식탁에 올라온 장어가 최소 700g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손님 입장에서 이를 확인할 길이 없으니 양을 속여 파는 업주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량을 주고도 많다는 느낌을 갖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김 사장은 언제라도 손님이 원하면 저울에 달아 정량을 확인시켜 줍니다.

또 자주 변하는 산지 가격을 확인해 볼 수 있도록 수협 유통사업부 등의 전화번호가 적힌 현수막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놓고 장사를 합니다. 산지 값에 따라 양심적으로 손님을 모시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산 손님이 20% 차지

싱싱장어 손님 중 20%는 아산 손님입니다. 택시비를 주고도 남는 장사라는 생각을 하는 손님들이 찾아와 주는 겁니다. 그러나 어디 많이 만 준다고 입 소문이 날 까요. 김 사장은 직화구이를 고집합니다. 장어의 참 맛을 느끼려면 직화구이 밖에 없다는 고집 때문입니다.

“더 많은 손님을 데리고 올 테니 방을 몇 개 만들라”는 요구를 하는 단골손님도 있지만 김 사장은 그렇게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방을 만들면 직화구이가 어렵기 때문이다. 흔한 양념구이를 할 생각도 없습니다. 숯불에 구워내는 직화구이로 손님을 사로잡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점심 손님을 위해 어죽을 팝니다. 장어와 붕어를 섞은 뒤 푹푹 과서 만든 어죽이라 인기가 있습니다. 또 아이들과 함께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돼지갈비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최근에는 민물장어(250g), 바다장어(250g), 꼼장어(250g)을 각각 팔기도 하고 모듬으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장어 값이 너무 올라 부담인 손님을 위한 배려입니다.

인쇄업자가 장어 집 사장으로

김 사장은 인쇄업체를 운영했습니다. 9년 전 장어로 유명한 전북 고창에 갔다가 논바닥에서 직화로 장어를 구워먹는 사람들을 만난 뒤 장어집을 열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이후 그는 1년 6개월 동안 전국에 유명하다는 장어집을 순례합니다. 그리고 나서 ‘장어 비쌀 이유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직하게 장사하면 손님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지금의 자리에 싱싱장어 문을 열었습니다. 정량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김 사장의 전략은 손님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쉽게 찾지 못하던 손님들의 부담을 덜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몰릴 때면 넓은 매장과 주차장이 비좁게 느껴질 수 있으니 예약은 필수입니다.

▶문의=041-552-0592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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