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공위성 기술로 빚은 자기 … 영국 여왕도 반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창립 68주년을 맞은 한국도자기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 자기로 선정됐다. 김동수 회장이 스와로브스키를 부착한 ‘프라우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신이여, 여왕을 수호하소서(God Save The Queen)!’

 영국은 지금 벅찬 가슴으로 2012년을 기다리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다이아몬드 주빌리(즉위 60주년)가 내년이기 때문이다. 영국 역사상 다이아몬드 주빌리를 맞은 것은 빅토리아 여왕(재위 1837~1901)이 유일하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이를 감격적으로 지켜보는 이가 있다. 영국 왕실로부터 60주년 기념 공식 자기 제작 업체로 선정된 한국도자기의 김동수(75) 회장이다. 지난 14일 서울 신설동 사옥에서 만난 그는 왕관 무늬에 빛나는 스와로브스키가 박힌 ‘프라우나 퀸즈 다이아몬드 주빌리’를 들어보였다.

 “머그잔·보석함·접시의 한 세트에 400개의 스와로브스키가 들어갔어요. 숙련된 우리 회사 장인들이 일일이 손으로 붙인 거죠.”

 영국 왕실 60주년 공식 기념품으로 선정되는 것은 한두 세기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일인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로열코펜하겐·웨지우드·노리다케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자기 업체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하지만 승부는 금방 났다. 김 회장은 “왕실 선정위원회에서는 우리 제품을 보고서는 여태까지 봤던 어떤 자기와도 다르다고 하더라. ‘보석같은 자기’를 표방한 우리 콘셉트가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1100세트가 한정 제작되며 100세트는 국내에서 판매된다. 한 세트 114만원의 고가이지만 ‘희귀성’ 때문에 주문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이제 세계 유명 자기는 품질로는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고급스러움과 독특함으로 승부하려고 만든 게 프라우나죠.”

 ‘프라우나’는 한국도자기가 2003년 출시한 프리미엄 브랜드. 2007년부터는 자기에 스와로브스키를 부착한 ‘프라우나 주얼리’ 라인으로 중동·러시아 등 해외 상류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제품을 본 영국 헤로즈 백화점 바이어가 먼저 회사로 연락을 해와 지난해 4월 입점했다. 첫 1년 간의 매출 목표를 9개월 만에 달성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스와로브스키를 자기에 붙이는 데에는 인공위성에 사용되는 열융합 기술이 적용됐다. 김 회장의 사위인 윤종승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낸 아이디어다. 김 회장은 “스와로브스키에게도 넘겨주지 않는 한국도자기의 기술이 됐다. 특허 출원도 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한번은 독일의 명품 자기업체 로젠탈이 갑자기 “축하한다”며 한국도자기로 연락을 해왔다. 사연은 이렇다. 로젠탈이 프라우나 주얼리의 강도 검사를 독일 연구소에 의뢰했다. 결과는 강력 식기세척기에 검사 기준(350회)의 2배가 넘는 800회까지 돌려도 이상이 없었다. 로젠탈이 이에 감탄해 축하를 보내온 것이었다.

 한국도자기는 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한 번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 명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있다. 지금의 행복은 재벌과도 안 바꾼다”는 것이 김 회장의 신조다.

심서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