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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테른 와인'엔 곶감, 소주엔 홍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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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29면

생의 마지막에 마시고 싶은 한 잔의 술로 1999년산 프랑스 소테른(Sauternes) 와인을 꼽은 친구가 있었다. 늦은 가을까지 나무에 매달린 포도송이는 곰팡이가 필 정도로 쪼글쪼글해진 채 자연 그대로의 당분을 보유하고있다. 그 포도 한 알 한 알을 손으로 골라내 만든 소테른 와인 한 잔은 달콤함은 물론이요, 산도와 향이 뛰어나 디저트 와인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소테른과 같은 당도 높은 와인을 접할 때,이에 어울리는 우리 먹거리를 말하라면 제일 먼저 곶감을 꼽게 된다. 햇빛에 수분이 날아가 응축된 서양 포도와 동양 감의 매칭은 결국 농축 단술과 건조 감의 조화인 셈이다. 예부터 내려오는 감의 보관방법은 짚이나 감잎 사이에 넣어둔 한겨울 홍시와 처마 아래 실타래로 엮어 말린 곶감이 전부였다.
그런데 오늘날은 냉장건조기술에 응용력까지 덧붙여져 감의 보존과 이용방법이 무궁무진해졌다. 단맛과 촉촉한 식감에 색상까지 살린 반건시가 보편화되었고, 반건시를 쪼개서 만든 감말랭이는 주전부리로도 그만이다.
냉동 홍시가 흔해지다 보니 한정식의 여름 디저트로 아이스홍시도 나오고 홍시김치,홍시샐러드드레싱도 더 이상 신기한 음식이 아니다. 친환경 식재료에 관심이 높은 카페에선 홍시와 요구르트를 믹서에 같이 넣고 갈아주는 홍시요거트를 상설 메뉴로 내놓고 있어 부드럽고 든든한 간식형 음료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감이 제아무리 세련되게 변화하고 있어도 아직도 부둣가 어부들은 홍시 하나로 소주를 즐겨 마신다.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안주로는 홍시가 최고란다.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diaryr.com) 대표 이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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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8·02-59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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