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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체벌은 학교별로 결정 … ” “조례 만들려면 교사인권도 보호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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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3일 열린 제8회 ‘교육포럼’ 참석자들.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변선구 기자]

서울지역 진보 시민단체들이 발의한 학생인권조례안이 19일 서울시의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간접체벌 금지 ▶두발·복장 전면 자유화 ▶학내 정치활동 허용 ▶소지품 검사·압수 금지 ▶휴대전화 허용 ▶동성애나 임신·출산 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간접체벌 금지는 조례의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대치돼 특히 논란이 돼왔다. 이날 조례가 통과되면 내년 3월부터 서울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시행된다. 이에 앞서 중앙일보는 교권(敎權) 추락의 현실과 대안을 담은 시리즈를 보도(본지 12, 13일자 ‘교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한 데 이어 13일 한국교육개발원·한국교총과 함께 ‘교권 추락,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8회 교육 포럼을 열었다.

 ▶김태완=교권 추락 실태를 어떻게 보나.

 ▶김정희=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고 대드는 상황도 발생한다. 교사 입장에선 ‘어떻게 잘 가르칠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문제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일부 학생들에겐 ‘학생 인권을 위해 수업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인식도 생긴 것 같다. 이런 학생들에 대한 대응을 교사 개인의 판단에만 맡기는 것은 부담스럽다.

 ▶안양옥=과거에 교사들이 권위주의적으로 체벌했던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최근 현실은 너무 심각하다. 교권 침해 사례가 올 1학기만 1795건으로 지난 5년간을 합친 것(1214건)보다 더 많다. 최근 통계를 보면 학생 다섯 명 중 한 명은 ‘교사의 생활지도에 불응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정희 성남 늘푸른초 교사, 성낙인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대표(왼쪽부터). [변선구 기자]

 ▶성낙인=교장에게 학생 지도 연대 책임이 있다 보니 교장들이 교권 추락 사례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 실태를 숨기기에 급급한 것이 사실이다. 신상필벌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도 있다.

 ▶이주호=직접체벌은 교과부가 금지시켰지만 간접체벌(운동장 돌기, 팔 굽혀펴기, 손 들고 벌서기 등)은 학교별로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간접체벌 허용 여부를 교육청이 일괄로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국을 조사해 보니 서울·경기·강원에는 학칙에 간접체벌을 허용한 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

 ▶김정희=아이들이 사교육에 시달리다 보니 정작 학교에 와서는 놀고 싶어 한다. 이렇다 보니 ‘학생 중 누구 하나가 교사와 갈등을 일으켜서 오래 놀았으면’ 하는 분위기마저 있다. 물론 교사들도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어른들이 지켜야 하는 법이 있는 것처럼 학생들도 학교에서 지킬 규정이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학부모들이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최미숙=문제 학생도 있지만 ‘학생들 인성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교사들도 있다. 학부모와 학생도 바뀌어야겠지만, 교사들도 학생과 소통하며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달라지지 않는 부적격 교사는 퇴출해야 한다. 학생조례가 추진되면서 ‘학생은 피해자, 교사는 가해자’라는 식의 적대적 구도가 만들어진 것 같다.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면 학생·교사 인권을 모두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성낙인=‘문제 학생을 어떻게 지도하느냐’의 문제에는 교사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교권보호법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교사 권위는 존중해야 하지만 교사들도 권위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양옥=교실 붕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학생들의 잘못된 언어문화다. 가정교육도 중요하다. 학교·가정·사회가 함께 국민적 언어 순화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이주호=학생들의 언어문화 개선에 대한 부분은 잘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에 학생 언어문화 선도학교 100곳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교권침해 발생 시 교장이 적극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피해 교사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겠다. 학생지도에 대한 부분은 변화된 시대에 걸맞게 교원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김태완=‘교육공동체 중 특히 누가 문제다’라는 틀에 갇히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다수의 교사, 학생들이 성실히 잘 하고 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도 필요하다.

성시윤·윤석만·이한길 기자

포럼 참가자 (가나다순)

김정희 경기도 성남 늘푸른초등 교사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사회)
성낙인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 회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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