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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초등생 위한 스토리텔링 학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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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손지영(35·경기도 안산시 부곡동)씨는 아들 이민우(7)·승우(6)군과 이야기 책을 즐겨 읽는다. 전래·창작 동화는 물론 수학과 과학, 미술도 이야기 형식의 책을 선택한다. 수학·과학 동화는 개념과 원리를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사례로 풀어놓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술 동화는 예컨대 미켈란젤로의 조각상들이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나 유명 작가의 어린 시절을 동화화해 재미있게 읽으며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손씨는 “이 시기 아이들이 재밌는 스토리를 좋아해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다”며 “수학이나 과학 개념은 엄마가 설명해주기 까다로운데 스토리가 있어 아이들이 쉽게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이민우·승우 형제가 과학 동화 ‘그림자는 왜 생길까요?’를 읽고 과학 원리를 이용해 그림자 만들기를 해보고 있다. [김진원 기자]

‘스토리텔링(storytelling) 학습’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어려운 개념이나 원리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이해가 쉽고, 다양한 사례를 활용해 학습의 흥미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 바람이 교과서에도 불고 있다. 새롭게 개편될 수학 교과서가 스토리텔링형 구조로 바뀔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쉽고 재밌는 수학’이란 모토 아래 공식 설명이나 문제 풀이 위주의 수학 교과서를 의미와 사례 중심의 서술 방법으로 바꾸기로 했다.

비상 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스토리텔링이 기억을 잘하게끔 돕는다”고 말했다.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 두뇌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암기를 하면 누구나 쉽게 기억을 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이야기 구조로 만드는 스토리텔링이다. 박 소장은 “이야기 구조를 아는 스토리를 활용해 영어 단어를 외우면 쉽게 암기할 수 있고, 수학도 개념과 공식이 만들어진 역사를 활용하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스토리텔링 학습은 유아나 초등학생들에게 적합하다. 스토리 속에서 딱딱한 공식과 어려운 용어를 설명하면 훨씬 생동감이 있어 이 또래 아이들에게 쉽게 전달된다. 수학 교육에서 스토리텔링으로 효과를 높이는 데 수학 동화가 많이 활용된다. 시매쓰 출판사업부 강종태 본부장은 “수학 동화를 선택할 때 수학 지식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 고려하기보다 동화로서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학에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 수학 동화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도형이나 연산처럼 특정 영역에 편중되기보다 영역을 통합하거나 전 영역을 고루 접할 수 있는 내용이면 적합하다. 처음 시작은 생활 소재를 활용해야 수학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영어 스토리텔링은 재밌는 영어 동화를 듣고 따라 말하면서 영어 학습은 물론 독서와 창의성까지 키울 수 있다. 영어를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접하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고 영작의 기본을 익힐 수 있다. 쉬운 내용의 영어 동화책을 골라 읽은 다음 이야기를 시간 순서나 사건에 따라 분류해본다. 익숙해지면 다시 조합하는 활동을 한다. 영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은 그림이 많은 동화책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다. 윤선생영어교실 국제영어교육연구소 성지연 연구원은 “영어 실력이 있다면 그림 대신 주요 단어나 문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 보면 좋다”고 조언했다. 단어 퍼즐을 활용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여러 알파벳을 활용해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를 연결해 문장, 문장을 연결해 짤막한 이야기를 만든다. 영어의 구조와 구성력을 키울 수 있다.

동화 패러디해 과학 개념 설명

사회·과학 개념을 설명할 때는 아이들이 잘 아는 명작 동화를 패러디하거나 뒷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여러 나라를 여행한다는 내용을 패러디해 ‘화산과 지진 활동’을 설명해 본다. 앨리스와 토끼가 하트 나라로 여행을 가 그곳에서 화산과 지진을 경험하며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아기 돼지 삼형제’의 뒷이야기를 새로 꾸며 ‘열의 전도’를 설명한다. 늑대가 삼형제를 괴롭히려고 벽돌집 문을 열려고 할 때 문고리를 불로 달궈 침입을 막는다는 얘기를 만들다. 이때 쇠나 나무 등에 열이 어떻게 전도되는지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다. 『자신만만 원리과학』을 기획한 천재교육 기획도서부 김웅식 차장은 “과학 원리를 설명하는 데 자신이 없다면 쉬운 과학 원리책을 먼저 읽은 후 기존 동화나 최근 집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에 접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친숙한 캐릭터가 등장해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과학 개념에 접근할 수 있다.

역사 동화는 이야기식으로 구성된 책이 많아 오히려 내용 확인을 못하고 넘어갈 수 있다. 재능교육 연구개발팀 장홍현 과장은 “스토리는 하나지만 단락을 나눠 용어를 익히거나 내용을 되짚어 봄으로써 이야기에 자신의 생각을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책 속에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면 용어나 시대 상황,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의 생각을 해본다. 핵심적인 내용이나 꼭 알아둬야 할 부분을 글로 표현해보면 논술 연습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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