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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납득할 조치 없을 땐 서해상서 충돌 격화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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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단속과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이를 위해 해양경찰의 장비·인력이 보강되고 예산이 긴급 편성된다. 악화된 국민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유연한 대중 외교에 기울었던 정부도 “이번엔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분위기다. 13일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이 숨진 이청호 경장에 대해 하루 늦게 유감의 뜻을 표명했지만 정부의 강경 기류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이고 납득할 만한 조치가 반드시 취해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불법 조업을 하다 나포된 중국 선박에 대해 벌금만 받고 석방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격(格)’에 맞는 행동도 주문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G2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이웃 나라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며 “중국 어민들의 불법 조업에 대한 계도와 단속, 불법 조업 문제를 논의할 한·중 고위급 협의체 수용 등 조치가 없으면 한국 정부도, 우리 국민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선원들의 폭력에 대한 중국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놓고 ‘한국을 무시하는 고압 외교’나 ‘해양주권 침해’로 여기는 우리 국민 감정을 반영한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번 사건은 중국의 국가 이익, 나아가 국가 이미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납득할 만한 대책들이 마련되지 않으면 서해상 충돌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우리 해경이 중국 어선 단속을 위해 무장을 강화하고 강력한 법 집행을 하면 서해상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그는 “이달 말 예정된 박석환 외교부 1차관과 장즈쥔 중국 외교부 제1부부장의 전략대화에서도 중국 측의 대책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그러나 이번 사건이 한·중 관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은 경계했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내년 한·중 수교 20주년 행사에도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중국의 불법조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것이고, 내년 20주년 행사를 이 문제에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특별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해양경찰의 장비와 인원을 보강해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을 실질적으로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실질적’ 대책이라는 것은 외교적인 것은 외교적으로, 국내적인 것은 국내에서, 해경 자체 문제는 해경에서 실질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범정부 차원의 대처를 하겠다는 의미다.

 총리실도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처벌대책을 발표했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해경의 장비와 인력을 보강해 단속의 실효성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필요한 재원 마련은 예산 전용 등을 통해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류웨이민 중국 대변인은 이날 오후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한국 해경이 숨진 것에 유감의 뜻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하루빨리 이번 사건을 타당한 방식으로 해결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수정·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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