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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의 투자 ABC] ‘베이비부머’ 은퇴, 주식가치 하락 압력 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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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중기적으로 주가는 물가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20세기 이후 미국 증시를 보면 물가상승률이 내려가는 흐름(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지만 상승률은 꺾이는 경우)에서 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흐름(인플레이션)에서 주가는 부진하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이 낮아지는데, 이는 물가상승률만큼 기업의 이익을 할인해 평가하기 때문이다.

 2009년 7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동안 한국 증시는 역사적 신고치를 경험했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오르는 동안에도 PER은 꾸준히 내려갔다. 물가상승률이 커질 때 PER이 내려간다는 논리가 이번에도 적중했다.

올해 하반기 증시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맥을 못 췄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안정으로 물가상승률이 하향 안정되면 내년 증시는 이익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PER이 올라서 증시가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보면 선진국 PER은 장기적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미국 증시의 PER과 인구구조 변화의 상관관계를 보면 흥미롭다. 인구구조는 중년층 집단(40~49세)과 장년층 집단(60~69세)으로 분류해 M/O(Middle Age/Old Age) 비율을 도출했다. 젊은 계층은 주식비축 비중이 낮고, 저축을 하더라도 그 동기가 주식투자가 아닌 주택구입에 있다. 반면 60~69세에 해당되는 장년층은 위험자산에 대한 태도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게 된다.

 1981~2000년은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 태어난 세대)가 경제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한 시기다. 저축도 이때 고점을 찍었다. 이 구간에서 M/O 비율도 0.18에서 0.7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PER은 8에서 24로 커졌다. 그러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베이비 버스트(Baby Bust·출생률 급락) 세대가 주역이 되는 구간에서 M/O와 PER은 내려갔다. 미국 주식가치가 연령분포와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걸 시사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20년 가까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예고된 만큼 이러한 상관성은 주식 자산가치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이 이민정책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인구구조의 변화를 시도한다면 M/O 비율이 달라질 개연성은 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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