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사라진 반(反)물질을 추적해 온 한국과 일본,미국 등 국제 연구팀이 물리학의 최대 수수께끼 중 하나인 반물질 찾기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고 31일 발표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경상대 등이 참여하고 있는 일본 고에너지연구소(KEK)의 벨(Belle) 프로젝트팀과 미국 스탠퍼드대 선형입자가속기센터의 바바(BaBar) 프로젝트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물질 발견 단서를 찾았다고 밝혔다.
바바 프로젝트의 데이비드 히틀린 대변인은 "인류는 우주가 어떻게 구성됐고 빅뱅(Big Bang) 후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이해를 넓혀왔다"며 "우리가 연구하는 것은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단위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론적으로 자연은 대칭을 이루며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모든 아원자 입자들은 반물질로 된 반(反)입자와 쌍을 이룬다. 과학자들은 우주 생성 초기에는 물질과 반물질 양이 같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오늘날 반물질은 우주선(宇宙線)이나 입자가속기에서만 발견되며 우주는 물질만으로 구성된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이처럼 입자-반입자가 대칭을 이루는 원칙이 깨진 것을 CP 대칭성 파괴(Charge-Parity violation)라고 하는 데 이에 대한 비밀이 풀리면 물질만이 많은 현 우주의 생성과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바 프로젝트팀과 벨 프로젝트팀은 B 중간자라는 아원자 입자를 조사해 입자와 반입자가 붕괴하는 방식의 차이를 규명하고 있으며 이것이 밝혀지면 CP 대칭성 파괴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벨 프로젝트팀의 후미히코 타카사키 대변인은 "지금까지 희망적인 결과를 얻었으나 아직 통계적으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출발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벨 프로젝트팀은 10월이나 11월 중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에 발표할 예정이며 바바 프로젝트님은 6개월 정도 후에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B 중간자의 CP 대칭성 파괴는 1998년과 1999년 페르미국립입자가속연구소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지금까지 CP 대칭성 파괴는 K 중간자 입자에서만 관측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게리 바우어 박사는 "과학자들은 기본입자와 그들간 상호작용에 대한 표준모델이 완벽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며 "벨과 바바 프로젝트연구결과는 1964년 CP 대칭성 파괴가 발견된 후 시작된 오랜 연구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