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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문구점서 편지지를 샀습니다 조금 기다려 주세요 당신께 보낼 내 마음

중앙일보

입력

최근 초콜릿 레터와 산타 편지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편지가 이슈가 되고 있다. 사진 속 편지는 초콜릿 레터 중 ‘러브레터’.

우편함을 열며 가슴 설레던 기억, 예쁜 편지지와 펜을 골라 써 내려가던 그 정성, 우체통에 편지봉투를 넣으며 ‘잘 들어 갔는지’ 들여다 보던 애틋함 ?. 문자 메시지와 SNS, 이메일 같이 디지털화된 메시지에 익숙한 요즈음, 마음을 담아 쓴 종이 편지는 어떠한 값비싼 선물보다 큰 울림을 전한다. 종이 편지에 대한 로망이 ‘초콜릿 우체국’과 ‘산타마을 우체국’, ‘느린 우체통’으로 향하고 있다.

소녀 감성을 되찾아주는 특별한 편지

초콜릿 레터 구독자인 주부 곽진영(37)씨는 첫 편지를 받은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봉투마저도 조심조심 뜯었던 그 편지는 열자마자 울컥, 눈물이 핑 돌게 했다. “나는 당신의 팬입니다” “우리가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은 결혼 후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훌쩍 지나가 버린 시간들을 포근하게 다독여 줬다.

초콜릿 레터는 국내 최초의 편지 간행물이다. 잡지 에디터이자 작가인 황경신씨가 만든 ‘초콜릿 우체국’에서 발행하는 것으로, 입춘·처서 같은 절기에 맞춰 16통의 편지가 집으로 배달된다. 나의 팬이라고 다정스레 얘기하는 편지가 날아들고, 유명인들의 연애 편지 묶음이 펼쳐지기도 한다. 어떤 때는 백지 상태의 엽서가 오기도 해 친구를 떠 올리며 펜을 들게 한다.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전지은(30)씨는 이 편지 덕분에 예쁜 사랑을 시작하게 됐다. 전씨에게 의미가 남달랐던 초콜릿 레터는 지난 5월의 ‘러브 레터’다. ‘오노요코가 존 레논에게’ 같은 세기의 연인들이 주고 받은 연애편지가 배달됐다. 여러 장의 편지 맨 뒤에는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 편지지 두 장이 들어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편지지가 눈에 띄더군요. 진심을 전하고 싶어서 편지를 썼는데, 다행히 마음이 통했나 봐요”.

초콜릿 레터 구독 신청은 네이버초콜릿 우체국카페(cafe.naver.com/chocolateletter)를 통해 할 수 있다.

두근두근, 미지의 그곳에서 온 편지

2년 전, 한 국내 단체에서 진행한 이벤트를 통해 핀란드의 산타로부터 편지를 받은 적 있는 주부 박윤선(38)씨는 올해는 다섯 살배기 딸아이의 이름으로 산타 편지를 신청했다. “산타클로스가 보낸 편지라니 동화 속 이야기처럼 신기하고 기뻤죠. 올해는 그 즐거움을 아이가 느낄 수 있게 해 주려구요.”

예전에는 해외에 있는 산타 체신청에 직접 신청하거나 이벤트에 당첨돼야 편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누구나 산타의 편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핀란드 체신청 산하 산타클로스 중앙우체국 한국사무소에서 판매하는 산타레터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후, 편지를 신청하면 원하는 주소지로 편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90년대 초부터 유럽 전역과 미국 등지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각광받아 온 산타 편지는 매년 핀란드의 유명 작가와 디자이너 각 1명이 제작하기 때문에 수집가들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산타레터 앱 4종 세트는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다운받을 수 있으며, 앱스토어에서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1년 후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

전지은·임지영·곽진영씨(왼쪽부터)가 편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과거에서 날아든 편지를 받는 기분은 어떨까. 영종대교 입구에 있는 ‘영종대교기념관’에는 특별한 우체통이 있다. 엽서나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이 그것이다. 지난해 남편이 보낸 엽서를 얼마 전에 받았다는 김소윤(34)씨는 “신혼여행 떠나면서 들렀다가 엽서를 썼는데, 결혼 1주년에 엽서를 받게 돼 기분이 더욱 특별했다”고 전한다. “1년 후 남편도 이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부쳐야겠다”는 것이 김씨의 결심이다. 영종대교기념관 김기원 대리는 “아날로그 편지에 대한 향수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며 “1년 후에 편지를 받을 수 있다는 재미있는 발상이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념관은 영종대교 하부도로를 이용해 진입할 수 있으며, 공항방향 주행시에만 진입이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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