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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다이어트 ‘38.5%와 전쟁’… 비과세·분리과세 상품을 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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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65)씨. 금융자산만 16억원 정도를 가지고 있는 그는 1년짜리 정기예금에 투자해 지난해 7000만원 정도의 이자소득을 거뒀다. 사업소득으로 2억원을 벌어들인 그는 금융소득 7000만원 가운데 4000만원이 넘는 부분인 3000만원에 대해 38.5%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따른 것이다. 15.4%의 세율로 원천징수된 세금으로 끝난 게 아니라 3000만원에 대해서는 693만원(3000만원×(38.5%―15.4%))을 추가로 더 낸 셈이다.

비슷하게 2억원 정도의 사업소득에 7000만원의 투자수익을 올린 이모(70)씨. 하지만 그가 올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통해 추가로 낸 세금은 없다. 그는 자신의 금융자산 대부분을 선박펀드·인프라펀드·국민주택2종채권 같은 비과세·분리과세 상품에 투자했다. 과세 대상으로 잡히는 금융소득을 4000만원 미만으로 낮추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해간 것이다. 연말이 되면 거액 자산가들도 어떤 상품에 투자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예컨대 예금·채권을 통한 이자소득, 주가연계증권(ELS) 투자를 통한 배당소득은 대표적인 과세 대상 소득이다. 여기에 투자한 소득이 4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따라 최고 38.5%의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연수익 4%대의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손에 쥐는 수익률은 2~3%대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세무법인 광개토의 박수용 세무사는 “정기예금에 자신의 금융재산을 털어넣는 부자는 별로 없다”며 “비과세 상품에 투자하고, 투자소득의 수입 시기를 분산시키거나 가족들과 나누는 방식으로 세금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글=손해용 기자
도움말 주신분=삼성증권 김예나 세무전문위원, 세무법인 광개토 박수용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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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연말 세테크]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처법

장기 저축성 보험 가입 조건, 한도 없어

절세형 상품을 활용하라

부자들의 기본적인 세테크 전략은 비과세·분리과세 상품 같은 절세형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은 세금을 적게 낼 뿐만 아니라, 종합과세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금액인 4000만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금융소득의 누진세율을 낮춰주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최근 거액 자산가들에게 인기가 높아진 상품은 장기 저축성 보험이다. 10년 이상 투자한 경우에는 여기서 나온 수익에 대해 소득세를 물지 않는다. 비과세 상품 중 유일하게 가입 조건과 한도가 없다. 지난해 중반 발행된 물가연동채권도 인기를 끌었다. 10년 만기에 표면금리가 연 2.5% 안팎인 이 상품은 매년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원금도 늘어나는 구조다. 받는 이자에 대해서는 일반 채권처럼 세금을 물지만 원금이 증가한 부분은 비과세된다. 예컨대 물가상승률이 3%일 경우 분리과세를 선택하면 세후 수익률은 연 3.5% 안팎이 된다. 종합과세 때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투자자라면 연 5.5%짜리 정기예금을 드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브라질 국채도 현재 한국-브라질 간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는다.

 삼성증권 김예나 세무전문위원은 “부자들이 펀드나 랩어카운트 같은 주식형 투자상품을 선호하는 것도 세금과 관련이 깊다”며 “주식 매매차익에서 발생한 소득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생계형 저축도 비과세 혜택이 있지만 가입 요건이 까다롭고, 투자금액 등의 제한이 많아 부자들에게 인기가 적다.

배우자·자녀 명의 사전증여도 방법

금융소득은 가족과 나눠라

배우자나 자녀에게 자산을 사전증여해 명의를 분산하는 것도 자산가들이 즐겨 쓰는 세테크 전략이다. 배우자에게는 10년 내에 6억원까지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 자녀나 손자에게는 3000만원(미성년자는 1500만원)까지 과세되지 않는다. 20억원을 금융상품에 투자해 38.5%의 금융종합소득과세를 적용받는 A씨의 사례를 보자. <표 참조>

 별다른 소득이 없는 아내에게 6억원을 증여하게 되면 아내의 연간소득은 4000만원 이하(연 금리 6% 수익 가정)로 예상되기 때문에 15.4%인 소득세 원천징수로 납세 의무가 끝난다. 3000만원을 증여받은 자녀도 마찬가지다.

 결국 A씨 입장에서는 총 6억3000만원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에 대해 매년 23.1%포인트(38.5%-15.4%) 절세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이 같은 사전증여를 활용할 경우 자산가치가 증가한 후 증여하는 것보다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부자들의 영원한 숙제인 상속 문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증여가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계좌를 신고해야한다. 일부 자산가는 가족 명의로 예금·펀드 등을 개설하고 관리는 본인이 하는 차명계좌를 활용한다.

하지만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차명계좌는 말 그대로 이름만 빌렸을 뿐이지 실제 본인의 계좌로 본다.

나중에 차명계좌임이 드러나면 그동안 명의가 분산돼 덜 냈던 소득세는 물론이고 가산세까지 추징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자소득 매년 고르게 받도록 설계해야

수익 발생 시점을 분산시키자

되도록이면 은행 예금·적금 등의 이자소득을 한꺼번에 받기보다는 매년 균등하게 받도록 설계하는 것이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유리하다. 이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발생한 금융소득을 합산해서 계산하기 때문이다. 1년 미만 단위로 투자하는 금융상품은 이런 관리가 용이하지만,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ELS 같은 상품은 보유하는 동안에는 세금을 내지 않고 환매하는 연도에 세금을 한꺼번에 낸다. 따라서 이런 상품은 언제 소득이 발생하는지 잘 챙겨야 한다.

 예컨대 올해는 금융소득이 2000만원 미만이지만, 내년에는 다른 금융상품에서 6000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B씨의 사례를 보자. 이런 사람은 가능하다면 금융상품의 일부를 올해 안에 환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2000만, 6000만원의 소득이 생기는 것보다는 4000만원의 소득이 두 해에 고루 발생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한 종목의 주식을 많이 보유한 사람도 연말 관리가 중요하다. 대주주를 따지는 금액 기준이 연말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되면 매매차익의 10~30%를 양도세로 부담해야 한다. 상장법인의 경우 지분을 3% 이상(코스닥 상장법인은 5% 이상) 보유하거나,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코스닥 상장법인은 50억원 이상)을 보유하면 대주주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올해 삼성전자 주식을 110억원어치 보유한 경우 이달 말일 이전에 10억원 정도를 팔아 100억원 미만으로 맞추면 내년 한 해 동안 세금 부담 없이 매매할 수 있다.

과세표준 4600만원 이하 종합과세가 유리

기타소득 종합과세냐 분리과세냐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하는 고액 연봉자인 박모(42)씨. 지난해까지는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만 있었기 때문에 별도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강연과 기고로 1400만원의 수입을 올리면서 이에 대한 세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박씨가 올린 소득은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이자·부동산·사업·근로소득 등을 제외하고 발생하는 일시적이거나 불규칙적인 소득을 말한다. 보통 1500만원이 넘으면 의무적으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기타소득이 150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미리 뗀 원천징수로 끝낼지(분리과세, 세율 22%), 아니면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할지 납세자가 선택할 수 있다.

 박씨의 경우 세금을 조금이라도 절약하려면 자신의 과세표준(각종 소득공제를 한 뒤 실제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금액)을 잘 따져봐야 한다. 원천징수세율은 22%로 동일하지만 종합소득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최저 6.6%에서 최고 38.5%까지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세표준이 4600만원 이하라면 분리과세보다 종합과세를 받는 게 유리하다. 종합소득세율이 6.6~17.6%로 원천징수 세율보다 낮기 때문에 세액의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반대로 종합소득과세 표준이 46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율이 27.5~38.5%로 원천징수세율보다 높기 때문에 분리과세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보통 고액연봉자라면 분리과세를 받는 것이 세금을 더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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