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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외치던 그 목소리 … 북한TV에 50일째 안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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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4월 15일 조선중앙TV 오후 5시 뉴스를 진행 중인 이춘희 아나운서. 등 뒤로 평양 시가지 모습이 보인다.

북한의 1차 핵실험(2006년), 2차 남북 정상회담(2007년) 등 중요 뉴스 때마다 북한 조선중앙TV에서 ‘보도문’을 읽어 내려가던 이춘희(68) 아나운서.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단호한 어조로 북한 관영방송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온 이씨가 최근 TV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씨는 지난 10월 19일 오후 9시 뉴스에서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의 서면 인터뷰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을 읽은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다. 이씨가 50일 이상 출연하지 않는 것은 1971년 방송 데뷔 이래 처음이다.

 66년 영화연극대학 배우과를 졸업한 이씨는 북한에서 최고 직업으로 알려진 아나운서 중에서도 특히 극진한 대우를 받아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침투력이 좋다”고 칭찬한 목소리가 가장 큰 강점이다. 이씨 본인도 90년대 중반의 한 인터뷰에서 “김일성·김정일 관련 보도를 할 때는 한없이 경건한 마음을 안고 정중히 보도하고 원쑤(원수)들을 칠 내용과 관련한 보도를 할 때는 증오심을 갖고 어성을 높인다”고 말한 바 있다. 덕분에 방송원 정년(여성 55세)을 한참 넘기고도 일선에서 일했고 ‘인민 방송원’의 호칭과 ‘노력 영웅’ 훈장까지 받았다. 최근엔 김 위원장의 동정 등을 전하는 주요 뉴스 때만 TV에 등장했었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로 시작하는 이씨의 독특한 화법은 KBS ‘개그콘서트’나 대만의 쇼핑몰 광고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이씨의 빈자리는 30대 여성 아나운서로 채워졌다. 그의 잠적이 세대 교체나 건강 문제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 인터넷판 등 일본 언론도 12일 이 소식을 보도하며 이씨의 행방에 큰 관심을 보였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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