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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정장선 “몸싸움 국회 부끄러울 뿐” … 소신 지킨 용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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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장선

민주당 정장선 사무총장이 12일 오전 예고 없이 국회 기자실을 찾았다.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것을 말씀드리러 나왔다”고 운을 뗀 정 총장은 A4 용지 한 장을 꺼내 읽어내려갔다.

  첫 마디가 “저는 내년 4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였다.

  그는 전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사수파의 격렬한 항의를 뿌리치고 무대 앞에 나가 ‘야권통합’을 공식 발표한 사람이다. 그가 불출마를 선언하리라고 여긴 사람은 당내에 거의 없었다. 손학규 대표조차 불출마 결심을 짐작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불출마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마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 때의 폭력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무력감 때문이었다.

  정 총장은 “지난해 4대 강 예산으로 국회가 난장판이 됐을 때 몸싸움으로 국민에게 실망 주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제도적 보완에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개인적으로 다짐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필리버스터법도 만들어 보려 하고 (민주당) 안팎에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한·미 FTA 비준안의 합의 처리를 위해 끝까지 뛰어다녔지만 또다시 단독 처리되고 최루탄까지 터지는 일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3선이나 했는데 국회가 나아지는 데 아무런 역할도, 기여도 못한 게 송구스럽다”며 “타협·소통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에서 정치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결국 울먹였다. 정 총장은 “그동안 쭉 생각해왔지만 야권통합이 걸린 민주당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발표를 늦췄던 것”이라며 “(불출마 결심은) 손 대표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손 대표에게 보고하면 말릴 것 같아서…”라는 이유였다.

  그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중도 성향의 3선 의원이다. 손 대표의 최측근이자 당의 사무총장이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FTA 정국에선 당론에 맞서 비준안 합의처리를 도출하기 위해 당내 온건파들과 행동을 같이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 정무과장으로 근무하다 1995년 지방선거에 출마,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2000년 4월 총선부터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지역구(평택을)도 탄탄해 4선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4선 중진의원 진입을 목전에 둔 그가 야당 사무총장 신분으로 ‘폭력국회’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겠다고 나선 것이다. 강경파만 득세하는 현실정치에서 온건중도파의 설 자리는 좁았다.

박신홍·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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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민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민주당 사무총장

1958년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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