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는 나이가 마흔을 넘으면 부리가 구부러지고 발톱이 닳고 날개가 무거워진다. 설화에 따르면 바위에 부리를 쪼고, 발톱과 날개의 털을 뽑으면 30년은 더 살 수 있다. 프로농구 KGC의 김태술(27·1m80㎝)은 논산훈련소에 입대해 정신교육을 받을 때 영상물로 솔개의 생태에 대해 알게 됐다. 솔개와의 만남은 그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다.
김태술은 2007~2008시즌 신인왕이다. 경기당 10.7점 7.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8~2009시즌을 앞두고 대학 팀과 연습경기를 하다 상대 선수와 부딪혀 왼쪽 어깨를 다친 뒤로 부진에 빠졌다. 경기당 득점(9.8점)과 어시스트(6.5개) 모두 첫 시즌만 못했다. 명예 회복을 다짐했다. 그러나 2009년 5월 주희정(SK)과 맞트레이드돼 KT&G(현 KGC)로 이적했고, 곧 군에 입대했다. 상무 농구단 지원 기간을 놓쳐 공익근무를 하게 됐다.
김태술은 “영상물을 보고 솔개처럼 피 나는 노력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 정도 하면 됐지’라는 만족감을 버렸다”고 했다. 동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퇴근 후 안양체육관을 찾아 혼자 훈련했다. 근육강화 훈련에 집중했다. 조용찬(37) KGC 홍보과장은 “식당 아주머니가 매일 퇴근하기 전에 김태술의 식사를 미리 챙겨놓았다.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고 했다.
김태술은 올해 9월 19일 제대한 뒤 개막전에 선발 출장했다. 공익을 다녀온 선수들은 몸 관리에 실패해 은퇴하는 경우가 적잖다. 김태술은 예외였다. 12일 현재 경기당 31분54초를 뛰었다. 3점슛 성공률은 입대 전 35.3%에서 54.2%(59개 시도 32개 성공)로 좋아졌다.
슛 폼도 바꿨다. 이전에는 슛할 때 검지와 중지를 붙였지만 공을 좀 더 넓게 잡기 위해 벌렸다. 잠자리에서도 가슴에 손을 얹고 의도적으로 손을 벌린다. 이상범(42) KGC 감독은 “(김)태술이가 근육량을 늘리면서 균형감이 좋아졌고 높은 성공률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