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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앙숙’ 빌팽, 프랑스 대선 출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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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도미니크 드 빌팽

도미니크 드 빌팽(58) 전 프랑스 총리가 내년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서겠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빌팽 전 총리는 이날 프랑스 TV TF1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프랑스의 이념을 지키고자 한다”며 대선 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내각 당시 외무장관(2002~2004)과 총리(2005~2007)로 활약했다.

 빌팽 전 총리는 “프랑스가 규제를 강화하고 긴축을 요구하는 시장의 법칙에 의해 굴욕을 당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가 주권을 많이 잃고 프랑스 이익을 다른 나라의 이익에 맞춰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3년 외무장관 재임 당시 유엔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또 2004년 사르코지 등 40여 명이 룩셈부르크 금융회사인 클리어스트림에 비밀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계좌에는 프랑스 무기를 수입한 대만업체가 제공한 뇌물이 예치돼 있다고 사르코지 대통령을 음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지난 9월 무죄선고를 받아 대선 출마를 모색했다.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빌팽 전 총리의 대선 출마로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잠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기관 LH2가 지난 9~10일 유권자 9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빌팽 전 총리의 지지율은 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은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31.5%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사르코지 대통령 26%,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 13.5% 순이었다.

 빌팽 전 총리의 지지율이 이같이 낮은데도 사르코지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의 출마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 소속 대통령 보좌 가족부 수석 나딘 모라노 장관은 “우파진영이 사르코지 대통령을 중심으로 블록을 형성하는 것이 공공이익에 합치한다”며 “빌팽 전 총리는 사적인 야망보다 공공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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