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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폐쇄 30년 걸려 … 1700㎞ 밖 오키나와서도 세슘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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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방호복을 입은 일본 자위대 대원들이 지난 8일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의 배수구에서 방사성 물질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후쿠시마 로이터=뉴시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11일로 발생 9개월을 맞았다. 일본 정부는 9개월에 걸친 사투 끝에 16일 원전이 ‘냉온(冷溫) 정지’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공표할 예정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발표할 ‘냉온 정지’는 원자로 내부의 온도가 100도 아래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를 뜻한다. 원전의 안전을 확보하고 방사성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필수적 단계다.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이 스케줄을 한 달 정도 앞당겼다는 데 일본 정부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최악의 원전 사고인 만큼 갈 길은 아직도 멀다. 그런 사이 방사성물질은 바람을 타고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최근엔 원전에서 1700㎞ 떨어진 오키나와(沖繩)에서도 미량의 세슘이 검출됐다. 사고 발생 9개월이 지난 후쿠시마 원전의 현주소를 문답식으로 풀어봤다.

 Q. 현재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상황은.

 A. 사고 원전 1~4호기엔 3000명의 도쿄전력 작업원이 피폭의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수소 폭발과 핵 분열, 방사성물질의 추가 배출 등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질소와 냉각수 주입, 잔해 처리와 오염수 제거 등이다. 지난 6월에는 원전 내부의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시킨 뒤 이를 다시 냉각수로 활용하는 ‘순환주입 냉각장치’를 완성하면서 작업은 한 고비를 넘겼다. 원자로의 온도를 낮출 냉각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원전 내부 온도가 섭씨 40~70도로 안정돼 있어 일본 정부가 ‘냉온 정지’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Q. 원자로 안전한 폐쇄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A.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입수한 내각부 산하 원자력위원회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로 폐쇄까지는 30년 이상이 걸릴 것 같다. 내년부터 돌입하게 될 원전 폐쇄 작업의 핵심은 원전 내부의 핵 연료봉을 어떻게 무사히 꺼내느냐다. 현재 사고 원전의 압력용기와 격납용기 내부엔 핵 연료봉 1496개가, 수조엔 3108개의 사용후핵연료봉이 들어 있다. 이것을 안전하게 회수하기 위해선 원자로 내부에 로봇을 투입해 오염 제거 작업을 하고, 격납용기의 손상 부분을 복구한 뒤, 방사선 차단을 위해 격납용기 전체를 물로 채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 뒤에야 원전 외부의 크레인을 원격조종해 핵 연료봉을 빼내는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조에 담긴 사용후 핵연료봉은 2015년 이후, 원자로 내에 녹아 있는 핵연료봉은 2022년 이후에나 회수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Q. 오염수를 곧 바다로 버린다는데.

 A. 도쿄전력은 원전에서 나온 저농도 방사성 오염수를 내년 3월 바다로 배출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현재 오염수를 보관 중인 저장탱크의 능력(16만t)이 바닥 날 것이란 얘기다. 현재 저장시설엔 10만t이 보관돼 있고, 매일 200~400t이 추가 유입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저농도 오염수의 경우 환경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의 어업단체들은 도쿄전력 본사를 찾아 항의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Q. 분유에서도 세슘이 검출됐다는데 .

 A. 일본 최대 식품회사인 메이지(明治)의 브랜드 분유 ‘메이지 스텝’에서 1㎏당 최대 30.8베크렐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잠정 기준치보다는 낮다지만 유아들이 먹는 분유에서 세슘이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먹거리 공포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10월 중순 “후쿠시마 쌀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선언했지만, 11월 후쿠시마의 농가가 재배한 햅쌀에서 기준치인 500베크렐을 넘는 1㎏당 63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 이어 다른 네 곳에서도 정부의 허용 기준을 넘는 세슘 쌀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세슘 녹차, 세슘 쇠고기, 세슘 쌀에 이어 세슘 분유까지 먹거리 공포는 계속될 전망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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