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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해경은 전쟁터야, 거긴 너무 험해 … 동료들이 말릴 때 이청호는 자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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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빠, 일어나 빨리 일어나…” 중2 딸의 절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나포 작전 중 순직한 이청호 경장의 아내 윤모(37·왼쪽 둘째)씨와 중학교 2학년인 딸(왼쪽 셋째) 초등학교 6, 4학년인 아들(맨 왼쪽과 맨 오른쪽) 등 유가족들이 12일 빈소가 마련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오열하고 있다. [인천=강정현 기자]

“아빠, 일어나. 내가 잘못했어. 빨리 일어나.” 14살 중학생 딸의 오열에도 사진 속 아빠는 말이 없었다. 이청호(李淸好·40·사진) 경장. 바다를 누비는 일은 그가 어릴 적부터 꿈꿔 온 일이었다. 이름(淸好·맑음을 좋아하다)이 그러했듯 동해의 맑고 푸른 빛깔을 좋아하는 게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포항의 강구에서 태어난 바다 사나이였다.

해양경찰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중에도 위험한 일을 피할 수 없는 해경특공대를 자원했다. 육군 특전사 중사로 전역한 뒤 1998년 순경으로 입문한 직후 처음 탄 배가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1501함이었다. 동료들은 그가 늘 바다를 지킨다는 자부심에 차있었다고 기억했다. 2004년 포항해양경찰서 특수기동대(현 122구조대)에서 인천해경으로 자원했다. 포항해경 박상호(46·경위) 122구조대장은 “거긴 너무 험하다며 동료들이 말렸을 때 청호는 ‘이왕 특공대에 들어왔으니 나라를 위해 좀 더 많이 기여해야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인천은 중국어선이 많이 출몰하는 곳이어서 해양경찰관들 사이에서도 ‘전쟁터’로 불린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를 거쳐 인천해경 3005함에 올랐을 때 이 경장은 3005함 구난팀장이었다. 구난팀장은 검색(수색)팀장으로도 불린다. 중국어선 나포 작전 때 현장에 투입되는 16명의 대원들을 지휘한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보통 팀장급은 경사 계급에서 맡는데 이 경장은 실무 경험이 많고 노련해 팀장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어선 나포 공로로 차관급 표창을 받았다. 한 달 후에는 승진(경사)이 예정돼 있었다. 12일 순직할 당시 그는 가장 먼저 조타실에 진입했다. 불법조업 어선 나포에 가장 중요한 조타실 장악과 기관 정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어두운 조타실 안에서 작전을 마무리하던 그는 중국인 선장의 급습을 피하지 못했다.

 빈소가 마련된 인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 경장의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부인 윤모(37)씨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비보를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이 경장의 어머니는 “어떻게 이렇게 가느냐”며 오열했다.

동료들은 해양주권 침범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해경특공대 김재국(43·경감) 팀장은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대원이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국민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유길용·최모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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