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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새는 구멍 밉·상·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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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장기 투자’. 분산 투자와 함께 전문가가 말하는 성공 투자의 비법이다. 그렇다고 아예 신경을 끄라는 얘기는 아니다. 6개월이나 1년마다 한 번씩 성과를 점검해야 한다. 점검 후, 내 펀드가 피해야 할 ‘진상 펀드’라면 환매해야 한다. 아예 가입할 때부터 진상 펀드는 멀리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시장보다 못한 ‘지진아’ 펀드

 투자자들이 펀드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수익률이다. ‘좋은 펀드=수익률 높은 펀드’다. 그런데 절대 수익률이 높다고 잘한 걸까. 아니다. 시장이 30% 올랐는데 내 펀드는 20%밖에 수익이 나지 않았다면 그건 운용을 못 한 펀드다. 최근 3년간 코스피지수는 70%(12일 기준) 상승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하나UBS Big&Style주식’은 32%,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주식K-1’은 35% 수익에 그쳤다. 시장의 절반도 못 따라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 379개 가운데 3년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못 미치는 펀드는 156개다.

 다만 비교 기준이 뭔지부터 살펴야 한다. 펀드의 벤치마크(비교지수)는 투자설명서에 나와 있다.

 #덩치 작은 ‘자투리’ 펀드

 펀드 규모는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덩치가 너무 작으면 사고 싶은 주식을 마음대로 살 수 없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 1000주를 사려면 12억9000만원이 필요하다. 설정액이 10억원인 펀드라면 1000주는커녕 100주 사기도 어렵다. 펀드 자산의 10% 이상을 같은 종목에 투자할 수 없다는 제한 때문이다. 무엇보다 규모가 작은 ‘자투리’ 펀드는 신참 매니저가 맡는 경우가 많다. 한 펀드매니저는 “규모가 작으면 설사 운용을 잘못해도 항의할 고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신경을 덜 쓰는 편”이라 고 말했다.

 #설정액 급증·급감한 ‘요요’ 펀드

 펀드 규모의 변화 속도도 중요하다. 급격하게 살이 찌거나 빠지면 몸에 무리가 가는 이치와 같다. 펀드 역시 설정액이 급변하면 문제(수익률 하락)가 생긴다. 펀드에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매니저는 주식을 팔아야 투자자들에게 돈을 내줄 수 있다. 주식을 팔면 주가가 떨어진다. 그러면 펀드 성과가 나빠진다. 다시 환매가 이어진다. 악순환이다.

 펀드로 꾸준히 돈이 들어오면 반대로 선순환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갑자기 돈이 몰리면 역시 좋지 않다. 이연주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펀드 규모가 갑자기 커지면 유연성이 떨어져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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