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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스파이, 패밀리맨으로 돌아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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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할리우드 가족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서 아내를 잃은 벤저민으로 나오는 멧 데이먼(왼쪽). 남은 아이들과 함께 폐기 직전 동물원이 딸린 집에서 흥미로운 모험을 펼친다.

첩보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할리우드 ‘훈남’ 멧 데이먼(41)이 가족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We Bought a Zoo)’로 찾아온다. ‘제리 맥과이어’의 캐머런 크로가 연출한 이 영화는 영국 칼럼니스트 벤저민 미의 동명 회고록이 원작이다. 데이먼은 아내와 사별한 후 두 아이와 폐기 직전의 동물원을 사서 새로운 삶을 일구는 벤저민 역을 맡았다. 미녀 스타 스칼렛 요한슨도 동물원 사육사로 나온다.

 11일 뉴욕 리츠칼튼호텔에서 데이먼을 만났다. 1주일 전 조디 포스터와 함께한 SF영화 ‘엘리시움’ 촬영을 마친 데이먼은 삭발에 검은 체크 셔츠와 블랙 진의 캐주얼한 차림으로 나타났다. 2005년 아르헨티나 출신 바텐더와 뉴욕 시청에서 간소한 결혼식을 올린 그는 요즘 딸 넷과 맨해튼에서 살고 있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나온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국내에선 내년 1월 19일 개봉 예정이다.

 -벤저민 역을 설명한다면.

 “실제 벤저민은 영국인이지만, 영화에서는 미국인이다. 배경도 영국이 아니라 남부 캘리포니아다. 원작에선 벤저민은 아내와 함께 동물원을 산 후 아내가 죽지만, 영화에선 아내가 죽은 후 새 집을 찾던 중 동물원이 낀 집을 사게 된다.”

멧 데이먼과 호흡을 맞추는 스칼렛 요한슨(뒤쪽). 동물원 사육사로 변신했다.

 -네 딸을 둔 아버지로서 어떻게 영화를 이해했나.

 “영화를 찍으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매일 생각했다. 이 영화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후 한 가족이 어떻게 새 삶을 개척해나가느냐에 관한 것이다. 또한 러브 스토리이기도 하다. 영화 막바지 벤저민이 아내를 만나는 장면이 대사 한 줄로 처리됐다. 캐머런다운 색깔이다.”

 -아들과 논쟁 장면이 인상적인데.

 “그 장면에서 ‘우리 면도나 하자!’는 대사를 좋아한다. 난 좋아하는 장면을 연기할 땐 이상하게 대사를 줄곧 까먹는 습관이 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캐머런과 일한 경험은 어땠나.

 “‘리플리’에서 안소니 밍겔라 감독과 처음에 만났을 때, 그가 거스 반 산트·프랜시스 코폴라·스티븐 스필버그 등과 일한 경험이 어땠냐’고 물어왔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오스카를 휩쓴 감독이 말이다. 그는 ‘감독들은 섬과 같고, 배우들은 섬마다 돌아다니는 격, 이라고 했다. 그래서 감독들은 다른 감독들의 섬을 방문할 기회가 없다. 하지만, 배우들은 섬마다 돌아다니며 각 감독으로부터 배운 것을 활용한다. 캐머런은 우리에게 30~40곡이 담긴 CD를 나누어주었고,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촬영했다. 음악을 잘 아는 그에게 음악을 배워 배낭에 챙긴 셈이다.” (웃음)

 -스칼렛 요한슨과 함께했다.

 “잡지에선 늘 봐왔지만 이 영화를 찍으며 처음 만났다. 메릴린 먼로처럼 화려한 배우인데, 동물원 사육사 역이라 감독에게 ‘될까?’ 하면서 의구심도 가졌었다. 그런데 스칼렛은 동물원에서 지내면서, 고기를 톱으로 직접 써는 등 배역에 흠뻑 빠져들었다.”

 -거장 감독들이 즐겨 찾는 비결이 있나.

 “내가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점이 아닐까 싶다. 시나리오를 쓰려면, 특히 누군가와 함께 쓸 때, 자존심은 문 밖에 두어야 한다. 아이디어 교환하는데, 외교는 필요 없다. 감독들과 늘 좋은 영화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한다. 영화는 자유로운 아이디어의 전쟁이다. 난 ‘이쪽 얼굴만 찍어주세요’라는 식의 요구는 하지 않는다.”

 -감독 데뷔 소식이 있다. 거장들에게 배운 것이라면.

 “스필버그가 ‘처음 감독할 때는 작고, 단순한 것을 택하라’고 조언해주었다. 이스트우드는 60여 년간 영화를 만들어왔기에 작업을 효율적·경제적으로 한다. 소더버그도 비슷한데, ‘컨테이전’을 단 10일 만에 촬영했다. 코언 형제는 무척 고집 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촬영 전 스토리보드 북을 주었는데, 마치 만화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또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생기면 바로 바꾸어 찍는다.”

 -아프리카 식수재단을 설립했다. 에이즈·빈곤 퇴치에 나서는 등 ‘착한 남자’로 알려져 있는데.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내 목표는 아니지만, 무언가 필요한 사람을 보살피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뿐이다.”

박숙희 뉴욕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멧 데이먼=1970년 미국 보스턴 출생. 하버드대 영문과 중퇴. 88년 ‘미스틱 피자’로 데뷔. 98년 단짝 벤 에플렉과 함께 나온 ‘굿 윌 헌팅’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수려한 외모보다 이웃집 청년 같은 친근한 이미지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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