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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이내 지각, 2벌타 받고 경기 … 아마추어도 돈 받을 수 있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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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호 19면

골프선수 A는 뛰어난 실력에 비해 멘털이 약했다. 그는 대회에 출전해 티오프 시간이 다가오면 배가 살살 아프고 설사가 났다. 화장실에 갔다 오는 바람에 티오프 시간을 넘겨 실격을 당한 적도 있다. A 같은 선수들에게 반가운 뉴스가 있다. 골프 규칙이 바뀌어 내년부터는 티오프 시간을 5분 이상 넘기지 않으면 지각을 해도 2벌타를 받고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티오프 시간을 어기면 실격’이 일반 룰이었고, ‘5분 안에 오면 2벌타’가 KLPGA를 포함한 여러 협회에서 적용되는 로컬 룰이었다.

김아영의 골프 룰&매너 <16> 새해부터 바뀌는 규칙들

골프 룰은 1744년 스코틀랜드의 리스 신사골프회(The Gentlemen Golfers of Leith)에서 제정했다. 리스 협회는 매년 한 차례 은으로 만든 실물 크기의 골프채 쟁탈전을 개최했다. 이 경기를 공평하게 할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해 리스 신사들이 중심이 돼 룰을 정한 것이다. 현재는 세인트앤드루스 R&A 골프클럽(The Royal and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의 관할 책임을 지고 있는 R&A Rules Limited와 미국의 USGA(United States Golf Association)가 공동으로 2년마다 규칙집을 새로 낸다. 골프 장비와 기술의 변화에 발맞춰 룰 개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12년 개정판 골프 규칙집은 현재 인쇄 중이다.

비합리적으로 여겨지던 규칙이 합리적으로 바뀐 것도 있다. 어드레스한 뒤 공이 움직였을 때 1벌타를 주는 것이다. 전혀 고의성이 없고 바람에 의해 공이 움직였는데도 플레이어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지난 3일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KLPGA 올스타 왕중왕전 1라운드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15번 홀(파3)에서 김하늘 선수는 심한 맞바람을 뚫고 홀에서 2m 거리에 볼을 붙여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퍼트를 하려던 김하늘이 강한 바람 때문에 어드레스를 푸는 동작을 하다 동반 경기자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미미하게 공을 건드렸다. 어드레스 상태에서 바람 때문에 공이 움직이면 1벌타라는 사실을 알고 어드레스를 풀려고 했던 것이다. 김하늘은 경기위원에게 사실을 밝히고 1벌타를 받았다(규칙 18조 2b항). 김하늘의 용기 있는 행동은 많은 이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신인 선수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이런 경우를 당하면 억울함과 당혹감 때문에 페이스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내년부터는 어드레스한 뒤 플레이어에 의해서가 아닌, 바람이 심해 볼이 움직여진 경우에는 벌타가 없으며 공이 옮겨진 위치에서 플레이하면 된다.

어드레스에 대한 규정은 오히려 강화됐다. 지금까지는 스탠스를 취하고 클럽을 땅에 댔을 때를 어드레스로 간주했다. 새 규칙에 따르면 스탠스와 관계 없이 공 앞이나 뒤에 클럽을 대는 것부터가 어드레스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아마추어 골프 선수를 ‘보수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바뀐 룰에 따르면 아마추어는 ‘(골프를) 재정적 이익을 위해 하지 않는 사람’이다. 골프단체나 협회에서 ‘생계비용’ 차원에서 주는 돈은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지금까지는 프로 대회에서 아마추어가 우승하면 상금을 주지 않고 차순위 프로 선수에게 지급했다. 당장 내년부터 이 방식이 바뀌진 않겠지만 아마추어도 성적에 따른 상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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