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70년대 한국 조선업 도운 덩컨 찾아라”

중앙일보

입력 2011.12.10 01:02

업데이트 2011.12.1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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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77년 현대중공업이 UASC에서 수주한 선박 명명식에 참석한 윌리엄 존 덩컨(오른쪽). 악수하는 이는 당시 현대중공업 김영주 사장. 영국의 엔지니어인 덩컨은 70년대 현대중공업에서 기술자문을 맡아, 30여 척의 배를 완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 [현대중공업 제공]

 최근 영국의 지역 신문인 헤럴드 스코틀랜드에는 한국 정부가 이 지역 출신의 한 선박 엔지니어의 유족을 찾고 있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주인공은 고(故) 윌리엄 존 덩컨. 한국에서 조선산업이 태동하던 1970년대 현대중공업에서 기술자문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현지 대사관이 수소문 끝에 결국 그의 아들 앤드루 덩컨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12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아버지를 대신해 금탑산업훈장을 받는다. 무역 1조 달러 달성에 기여한 특별유공자로서다.

 같은 날 석탑산업훈장을 받는 황성혁 황화상사 대표이사는 현대중공업 영업팀 근무시절 덩컨과 연을 맺었다. 그는 덩컨을 ‘한국 조선산업의 은인(恩人)’이라고 불렀다. 1970년대 초 현대중공업은 중동 선박회사 UASC로부터 2만3000t급 다목적선 15척을 수주했다. 문제는 당시 한국이 만든 최대 크기의 선박이 1만7000t급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은 울산 조선소 ‘초짜’ 엔지니어들에게 기술을 전수할 인물로 UASC 기술책임자 덩컨을 초빙했다.

 이후 덩컨은 5년여간 현대중공업에서 기술지도를 총괄하며 30여 척의 배를 완성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줬다. 황 대표는 “고집 세고 깐깐해 현장 근로자와 다투는 일이 잦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주를 만나면 한국 예찬론을 펼쳤다고 한다. “한국은 영국이 100년 걸려 한 일을 3~4년 만에 다 해치웠어. 이제 세계 조선은 저 친구들에게 물어봐야 해”라고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대형 수주를 따내는 데도 물밑에서 도움을 줬다. 1978년 쿠웨이트에서 4척의 컨테이너선 수주를 놓고 일본 업체와 경쟁할 때였다. 그는 조언을 청하려고 온 황 대표 일행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냅킨에 자신이 알아낸 경쟁사의 입찰가격을 써서 슬쩍 떨어뜨려 놓고 갔다. 당시 덩컨의 상관은 일본을 노골적으로 밀고 있는 상황이었다. 황 사장은 “어떻게 보면 해선 안 될 일이었지만 한국 조선산업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깊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황 대표가 덩컨을 마지막으로 본 건 1980년 영국 런던에서였다. 그때 덩컨은 “나는 당신들에게 뭐지”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황 대표는 “당신은 한국 조선역사에 가장 큰 발자국을 남긴 사람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 달 뒤쯤 덩컨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말 그대로 무(無)에서 시작한 한국 조선산업은 현재 세계 1위 자리에 우뚝 서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휩쓸며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황 대표는 “남들은 기적이라고 하지만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것”이라면서 “ 한국 정부가 덩컨 같은 인물을 잊지 않고 기린다는 건 감격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무역 1조 달러를 일군 영웅’으로 12일 훈·포장을 받는 특별공로자는 모두 31명이다. 제철소 설비기술 독립을 이끈 백덕현 전 포항제철 부사장,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기술 양산을 주도한 정호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전 고문, 현대의 첫 독자모델 승용차인 포니의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 자동차 선적 전문가인 기아차 원용희 기사 등이 그들이다. 특징적인 것은 외국인이 4명이나 포함됐다는 것이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 수출산업 발전에 크게 공헌을 한 외국인도 찾아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후문이다.

조민근 기자

I was very surprised and pleased to hear of the Korean Government interest in my father, although he died fairly young I have always been proud of his achievements though in fact I know few details of his work, perhaps others may know a lot more.

한국 정부가 아버지에 대해 관심을 보여줘서 놀랍고 기쁘다.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나는 그분의 일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지만 아마도 다른 이들은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을 거다. 나는 항상 그의 업적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긴다. (앤드루 덩컨이 현대중공업에 보낸 e-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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