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담배연기와 핏방울, 신음이 느껴진다 … 1944년 6월6일 노르망디

중앙일보

입력 2011.12.10 00:25

업데이트 2011.12.1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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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디데이-1944년6월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앤터니 비버 지음
김병순 옮김, 글항아리
872쪽, 3만6000원

『디데이』는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파리 해방까지 2개월 남짓한 기간을 다뤘다. 제2차 세계대전의 향방을 결정지은 이 작전에만 집중한 게 무려 900쪽에 가깝다는 사실이 이 책의 성격을 암시해준다. 즉 지금껏 우리가 읽어온 건 전쟁의 정책사였다면, 이 책은 치밀한 전투사 복원 쪽이다.

 저자는 연합군·독일군 양쪽을 오가면서 묘사하는데, 지휘관들 사이의 암투와 혼란은 물론 병사의 신음소리에 이르는 디테일이 가히 압권이다. 독자를 전투 현장의 복판에 뚝 떨어뜨려 놓는 셈이다. ‘플래툰’ 등장 이후 전쟁영화·드라마의 큰 흐름도 이쪽이지만, 책에 관한 한 우린 한 발작국도 못 내디뎠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연구가 덜 된 분야가 바로 전투사다. 세계의 주요 전쟁에 대한 연구들은 총칼 대 총칼, 작전 대 작전, 인간 대 인간이 부딪혔던 전투에 대한 놀랄 만큼의 낮은 수준에까지 내려가 있다.” 그게 최고 수준의 한국전쟁 연구서 『한국 전쟁과 평화 1950』(나남)를 쓴 박명림의 고백이다.

 『디데이』는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병사들의 일기와 편지-증언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그들의 공포감과 패닉 상태를 두루 보여주는데, 그건 기본이다. 연합군 총사령관 아이젠하워를 포함한 지휘관의 심리도 흥미진진하다. 아이젠하워는 디데이를 앞두고 하루에 담배 네 갑을 피우며 고심을 했다.

 그들 사이의 갈등도 가관이다. 독선적인 성격의 영국군 몽고메리 장군은 아이젠하워 앞에서 연신 픽픽 댔다. “멋지지만 군인은 아니다”라고 생각한 탓인데, 몽고메리는 미군 기갑부대의 조지 패튼 장군과도 사사건건 충돌했다. 아이젠하워는 이 모두를 끌어안고 작전을 수행했는데, 그는 아주 높게 평가된다.

 즉 이 책은 전쟁 블록버스터가 맞다. 기존 책들이 ‘망원경’이라면, 신간은 ‘현미경’인 셈이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시야 확보가 흔들린다는 혐의도 없다. 저자도 거물급이다. 영국의 전쟁사학자로 『스페인 내전』(교양인, 2009년)에서 역량을 보여줬다. 20세기 모든 이념의 격전장이었던 스페인 내전에서 혁명적 낭만주의의 베일을 썩 걷어낸 것이 그의 공로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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