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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이슈] 섬이 비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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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남 여수시에서 8.2㎞ 떨어진 금죽도.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 섬에서 유난히 잘 자라는 황금빛 대나무를 잘라 화살대를 만들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 대숲은 거의 사라지고 억새와 꿩.참새떼가 섬을 점령했다. 중턱에 덩그러니 있는 양철 지붕의 작은 집. 이곳에 사는 김재연(75)씨 부부가 금죽도의 단 둘뿐인 주민이다.

"여천공단이 들어서던 무렵인 1980년대 후반, 이웃이 모두 섬을 떠났지."

김씨 부부가 있는 금죽도는 그나마 낫다. 주변의 까막섬.취도.소금죽도는 지난 수십 년 새 아예 무인도가 됐다. 주민이 떠나자마자 건설업자들이 몰래 들어와 골재.석재를 마구 채취했다. 결국 이들 섬은 산 사태와 해수 침식이 일어나는 '불모의 섬'이 됐다.

본지 취재팀이 전국 시.도의 30년치(1975~2004년) 도서 거주 통계를 분석한 결과 남한의 유인도는 75년 642개에서 2004년 436개로 줄었다. 섬 인구도 75년 74만614명에서 2004년 18만1734명으로 감소했다.

유인도 가운데 주민이 20명 이하인 곳은 101개. 금죽도처럼 한 가구가 지키는 섬도 23개나 된다. 앞으로 당분간 무인도화가 지속될 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수치다.

제주도를 빼면 섬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울릉도는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70년 2만5248명이던 울릉도 인구는 지난해 말 9191명으로 줄었다. 충남 태안군 몽산포 앞바다의 4개 섬(거아도.울미도.지치도.삼도)의 경우 한때 330여 명이 살았지만 78년 군사용지로 수용되면서 모두 폐촌이 됐다.

주민들은 교육.의료 시설 부족과 급수난에 시달리다 섬을 떠난다. 정부의 지원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의 제2차 도서종합개발계획(98~2007년) 총 예산은 2조2296억원. 최근'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일본 시마네현 소속 오키군도의 10년치(93~2002년) 도서 개발 예산(2조4790억원)보다 적다.

사람이 떠난 섬은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대부분 황폐화한다. 인천 옹진군, 전남 진도.완도군 등 섬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이 부족해 무인도의 폐가 처리도 못하는 형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육근형 연구원은 "3170개의 남한 섬 중 유인도는 15%에 불과하다"면서 "범 정부 차원에서 무인도의 생태 보존과 자원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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