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 ‘당 해체→재창당론’이 다시 불거졌다. 중립 성향의 권영진 의원이 지난달 25일 “중도개혁 신당의 길로 가야 한다”고 한 지 열하루 만이다.
당 해체론이 또 제기된 것은 최구식 의원 비서의 디도스 공격 연루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한나라당 간판으론 도저히 총선을 못 치른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지도부 사퇴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친이명박계 의원 10명은 6일 모임을 열고 “당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는데 지도부가 현실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당 해산 및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재창당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체적 계획을 12월 9일 정기국회가 끝나는 즉시 제시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과 함께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중 권택기·안형환 의원은 이재오(의원)계로, 차명진 의원은 김문수(경기지사)계로 분류된다. 또 전여옥·안효대 의원은 정몽준 전 대표와, 나성린·신지호 의원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각각 가깝다.
쇄신파 내부에선 탈당 얘기도 나왔다. 남경필·정두언·김성식·구상찬·권영진 등 쇄신파 의원 10여 명은 5일 저녁을 하면서 당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K의원 등 일부는 탈당 가능성도 시사했지만 주변에서 만류했고, 당 쇄신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당 해체와 탈당을 얘기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실제 쇄신을 두고 수도권과 영남권 의원들의 온도차는 상당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반(反)박근혜 성향이 강한 친이계 모임에서 당 해체론이 나온 것은 결국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이나 홍준표 체제 흔들기 의도가 담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관심은 당내 주류인 친박계의 입장이다. 이날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이 이대로 가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여러가지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 발언에 당 일각에선 지도부 사퇴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도부 사퇴는 박 전 대표의 결심이 필요한 사안이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유 최고위원의 사퇴는 곧 ‘홍준표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고 박 전 대표의 전면등판론으로 이어지는 만큼 유 최고위원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당의 위기를 부른 ‘5인방’으로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전 대표·홍준표 대표·이상득·이재오 의원을 지목했다. 그는 5일 “이 대통령은 정치를 하지 않고 매사에 공권력을 제때 발휘하지 못했고, 이상득·이재오 의원은 정치 어드바이스를 잘못하고 인사를 전횡했다”고 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표는 대통령의 잘한 것은 협조하고 잘못한 것은 비판하고 시정하도록 해야 하는데 철저히 외면해왔다. 홍준표 대표는 진중한 언행을 해야하지만 반대로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신용호·정효식 기자
당 해체 요구한 친이계 10인
원희룡(3선), 전여옥·차명진(이상 재선), 권택기·김용태·나성린·신지호·안형환·안효대·조전혁(이상 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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