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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의궤, 의장대 호위 받으며 돌아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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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제시대 때 일본에 빼앗겼던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 1200책이 6일 100년 만에 돌아왔다.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열린 환영 의전행사에서 도서가 옮겨지고 있다. 지난 6월 발효된 한·일 도서협정에 따라 반환된 도서는 일본 왕실 담당부처인 궁내청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10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방한 시 돌려준 5책을 제외한 147종 1200책이다. [변선구 기자]

일제강점기 일본 왕실 도서관(궁내청)으로 건너갔던 조선왕실 의궤 등 우리 도서 147종 1200책이 6일 반출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궁내청 소장 도서는 이날 오후 대한항공편으로 두 차례에 나뉘어 도착했다. 해당 도서는 국군의장대와 전통의장대, 취타대 등 행렬단 90여 명의 영접을 받은 뒤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송됐다. 지난 3~5월 5년 단위의 임대 갱신 형식으로 돌아온 프랑스 외규장각 도서와 달리 ‘인도’ 형식으로 반환됐다. 도서가 공항에 도착해 한·일 양국이 인수인계를 확인한 즉시 소유권은 우리 정부로 넘어오게 됐다. 외규장각 도서 소유권은 여전히 프랑스 정부가 갖고 있다.

 지난 10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방한하면서 먼저 가져온 『대례의궤』 등 3종 5책을 포함하면 귀환 도서는 모두 150종 1205책이다. 그중 조선왕실의 의례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의궤가 81종 167책이다. 대부분 1922년 조선총독부가 기증하는 형식으로 반출됐던 것이다. 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1906~9년 ‘한·일 관계상 조사 자료로 쓸 목적’으로 반출한 도서가 77종1028책이다. 이토 반출도서 중 우리나라 역대 문물과 제도를 정리한 백과사전인 『증보문헌비고』 등 5종 107책은 국내에 없는 유일본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조선왕실 도서가 100년 만에 귀환했음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를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묘 정전에서 연다. 27일부터 내년 2월 5일까지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귀환 도서 특별전’도 연다. 강원도 오대산사고와 월정사에서 국민환영행사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사무총장 혜문 스님)는 “ 볼모처럼 잡혀 있던 조선의 왕실문서가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고 돌아오는 것”이라며 “돌아온 의궤의 국보 지정을 청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 있는 조선왕실 의궤류 3430책은 2007년 6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국보·보물 등의 국가지정문화재는 아니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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