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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북베트남 상공의 항공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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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1960년 말, 미 공군은 ‘미사일 한 방이면 모든 적기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사일 만능주의에 빠져 있었다. 이전 한국전쟁까지 공중전은 두 전투기가 마주해 근거리에서 기관총으로 승부를 겨루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먼 거리에서 우수한 레이더로 적기를 탐지해 먼저 장거리 미사일로 요격하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근거리 공중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주력기였던 팬텀기의 초기형은 덩치가 크고 기관포는 없이 여러 기의 미사일만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야말로 ‘첨단기술로 도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베트남 상공에서 팬텀기들은 전자장비가 구식인 소련제 미그-21기들을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

 초기형 팬텀기가 소련제 전투기에 고전한 이유는 첨단장비였던 미사일의 명중률이 예상외로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레이더로 조준해 발사하는 장거리 미사일은 신뢰성이 매우 떨어졌고, 적의 후미를 겨냥하는 단거리 미사일은 적의 급격한 기동에 취약했다. 또 구식이지만 신뢰할 수 있는 기체로 무장한 북베트남 조종사들이 경쾌한 기동성을 앞세워 근접거리까지 치고 들어오면 기관포가 없는 미군기들은 사실상 별다른 대책이 없기도 했다. 미군은 부랴부랴 구식 병기였던 기관포를 팬텀기에 탑재하고 구식 전술이었던 접근전 훈련을 강화해 미그-21기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주식 투자자가 저지르기 쉬운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미래지향적이지만 단기 실적으로 가시화되기 어려운 성장성은 높이 평가하는 반면, 꾸준하게 현찰을 벌어들이는 능력은 과소평가하는 태도다. 듣기에는 그럴듯한데, 사실상 현실적인 사업모델로는 검증되지 않은 테마에 그야말로 ‘혹해서’ 큰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할 때는 그럴듯해 보이는 성장동력이라도 막상 경기 사이클이 변하면 오히려 투자한 기업에 큰 부담만 남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론만 번지르르하고 실전에서는 적기를 잡지 못하는 첨단무기보다, 과거에 효과적이었고 지금도 제대로만 쓰면 적기를 격추할 수 있는 구식 무기가 더 쓸모가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주식시장이 미래의 꿈을 먹고사는 곳이라지만 시장의 국면에 따라서는 당장 현찰을 벌어들이는 능력이 더 크게 평가받을 때도 있는 법이다. 특히 요즘같이 경기 전망이 불확실할 때는 더욱 그렇다. 경기도 나쁜데 언제 돈이 될지 모르는 사업의 성장을 보며 큰돈을 투자하기는 아무래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의 흐름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예상만큼 돈을 벌어 올 수 있는 기업의 가치는 이런 시기일수록 빛을 내기 마련이다. 워런 버핏이 괜히 기업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어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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