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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재수사...남편이 죽였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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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호 21면

미국 여배우 내털리 우드 사망 사건이 30년 만에 재수사에 들어갔다. 내털리 우드는 1960~70년대 인기를 끌었던 세계적 여배우로, 81년 요트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익사체로 발견돼 43년의 짧은 생을 마쳤다. 정확히 30년 전의 일이다.최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경찰은 당시 단순한 실족사로 처리된 이 사건에 대해 새로운 정보가 입수됐다며 재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배에는 내털리 우드와 그녀의 남편 로버트 와그너, 친구 크리스토퍼 월킨(두 사람 모두 유명한 배우다), 그리고 선장이 함께 있었다. 단순히 물에 빠져 사망한 줄 알았던 그녀가 타살됐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김수경의 시시콜콜 미국문화 : 내털리 우드 살해설

일단 새로운 목격자가 나타났다. 50m 정도 옆에 정박해 있던 요트에서 우드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들은 사람이 있다. 목격자에 따르면 우드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고 한 남자가 술에 취해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로 낄낄거렸다는 것. 구조 요청이 15분이나 계속됐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곧 잠잠해졌다고 한다.

우드의 시신을 인양한 구조팀장도 그녀가 충분히 구조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시체 상태로 보아 우드는 물에 빠진 뒤로도 꽤나 오랫동안 살아 있었다”며 “왜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가 한참 뒤에나 접수됐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선장은 우드가 남편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장에 따르면 사건이 있던 날 밤 우드와 남편은 크게 다퉜다. 와그너가 우드와 월킨의 관계를 의심했기 때문. 선실에 있던 선장은 와그너와 우드가 있던 갑판 쪽에서 ‘쿵’ 하는 소리를 들었고 직감적으로 그가 우드를 살해했다고 생각했다.
선장이 곧 갑판으로 나왔을 때 와그너는 “우드가 사라졌다”고 말했으며 “해안경비대에 구조 요청을 하자”는 선장의 말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선장에게 사건에 대해 함구할 것을 종용했다. 이러한 모든 정황이 우드가 남편에 의해 살해됐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고 보면 부부싸움은 참으로 다양한 범죄의 시발점이다. 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부부싸움만큼 사람의 감정을 극단으로 치닫게 만드는 것도 없다. 흔히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로 부부싸움을 미화(?)하기도 하지만, 정작 비 온 뒤 산사태가 나서 복구 불능의 상태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에는 파경에 이른 한 부부가 미국의 한 TV 법정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가 나 창밖으로 던져버린 결혼반지 값을 물어줘야 하는가’를 놓고 심하게 다퉜는데, 방송 당일 부인이 실종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남편에 의해 납치, 살해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TV 법정에서 판사로 출연 중인 매릴린 밀리언은 위의 부부에 대해 이렇게 논평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약 같은 존재다. 매우 안 좋은 의미에서 서로에게 중독돼 있다.”

부부싸움은 마약중독과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 못하고 끝장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분노가 폭발할 때 느끼는 묘한 쾌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부싸움의 끝은 마약의 끝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비극적일 수도 있다. 내털리 우드 사망 사건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김수경씨는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에서 유학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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