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활동·설비투자 등이 예년만 못하다. 2년여에 걸친 고강도 긴축의 결과다. 급기야 지난달 30일 인민은행(PBOC)이 지급준비율을 내렸다. 중국 경제는 다시 활력을 되찾을까.
중국 금융통인 칼 월터 전 중국국제투자유한공사(CICC) 전무(MD)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중국 금융을 해부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레드 캐피털리즘』의 공동 저자다.
-PBOC가 지준율을 0.5%포인트 내렸다.
“긴축 고삐를 풀기 시작한 듯하다. 약 2년 만이다. 물가 압력이 진정 기미를 보이고 민간 기업 부도 등 심상찮은 조짐을 보여서다. 그렇지만 큰 효과는 거두기 힘들 듯하다. 내년 중국 경제는 요즘보다 더 둔화할 것이다.”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교수 등이 말하는 위기가 찾아오는 것인가.
“아니다. 앞으로 3~4년 동안 중국이 파열음을 내진 않을 듯하다. 권력 교체기여서 그렇다. 내년 10월엔 공산당 권력이 바뀐다. 이듬해인 2013년 3월엔 정부 요직이 바뀐다. 새 인물들이 현황을 파악하고 자리 잡는 데 1년 정도 걸리기 마련이다. 그 사이 떠나는 사람이나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나 최대한 위기를 막으려 할 것이다.”
-어떻게 위기를 덮을 수 있을까.
“중국 경제와 금융은 개발도상국 단계다. 정부가 은행을 동원해 돈을 계속 빌려주면 된다. 빌린 돈으로 먼저 빌린 돈을 갚도록 하는 셈이다. 계속 부실이 커지겠지만 파열음을 내며 위기로 이어지진 않는다. 문제는 언제까지 그렇게 할 순 없다는 점이다.”
-위기는 언제쯤 발생할까.
“2013년까진 별일 없을 듯하다. 그 이후에 문제가 발생할 듯하다. 권력 교체기에 부실이 더욱 커져 위기의 골은 더 깊을 수 있다.”
-위기의 발단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엔 지방정부와 공기업이 문제덩어리다. 중국 통계가 부실하다. 공식 통계상으론 지방정부·공기업 부문에 4조 위안(약 704조원) 정도 부실이 쌓여 있다. 많은 사람은 중국 정부가 부실을 떠안아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만 떠안아 줄 수 있을 뿐이다. 모든 부실을 흡수했다가는 유럽처럼 재정위기를 겪는다.”
-너무 서구 편향적인 평가로 들린다.
“(순간 목소리를 높이며) ‘중국은 서구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데, 적어도 금융·통화 측면에서 중국 예외론은 존재할 수 없다. 중국이라고 부실자산이 우주로 증발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웃음).”
강남규 기자
◆칼 월터=투자 은행가로 중국에서만 20년 넘게 활동했다. 중국이 세계 금융시장에 익숙하지 않을 때인 1990년대 중국을 국제금융시장에 데뷔시킨 주역이다. 중국 정부가 처음 설립한 국제금융유한공사(CICC)의 전무(MD)를 지냈다. 그는 미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투자 은행가로 활동하면서 베이징대를 졸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