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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 클린턴·수치 두 여걸 손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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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왼쪽)과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1일 비공식 만찬이 열린 양곤의 미얀마 주재 미국 대표부 관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양곤 AFP=연합뉴스]

역사적인 미얀마 방문에 들어간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미국 국무장관이 1일 옛 수도 양곤에서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여사를 만났다. 두 사람은 비공식 만찬을 하며 미얀마의 개혁 방향 등을 논의했다. 클린턴은 2일 수치 여사의 자택에서 공식 회담을 할 예정이다. 또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도자와도 만나 현안을 논의하게 된다.

 미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한 것은 군사정권이 집권한 이후 처음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만찬에서 수치 여사에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오바마는 친서에서 “우리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며 미국의 끊임없는 지지를 약속했다. 오바마는 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여사의 용기와 불굴의 정신을 오래전부터 존경해왔다고 적었다.

 클린턴은 이에 앞서 미얀마 행정수도인 네피도에서 테인 세인(Thein Sein) 대통령과 회담했다. 클린턴은 “버마(미얀마의 옛 국호)와의 새 국면을 기대한다”는 오바마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클린턴은 이 자리에서 “세인 정부의 개혁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아직 전면적인 개혁으로 이어질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내가 이 자리에 온 것은 세인 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조치의 확대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세인은 “클린턴 장관의 방문은 양국 관계에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세인이 이 자리에서 올해 초 민간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일련의 개혁조치들을 설명하면서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미얀마가 민주적 개혁조치를 지속할 경우 미국이 경제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AP 등 외신들에 따르면 클린턴은 정치범 전원 석방과 소수 민족과의 평화협정 등을 요구했다. 특히 클린턴은 북한과 미얀마 간 군사적 협력에도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양국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미사일의 경우 지난 5월 미사일 부품을 싣고 미얀마로 향하던 북한 선박이 미 해군의 제재로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현재 미얀마에 수백 명의 북한인들이 거주하면서 군사적 조언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클린턴 장관이 이번 방문에서 북한과 버마 간 관계에도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우리는 버마 측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일들과 북한 문제와 관련해 검토 중인 조치들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 등은 클린턴의 이번 방문에 대해 “동남아에서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려는 미 전략의 일환”이라며 “서방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얀마로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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