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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선비들의 책읽는 소리

중앙일보

입력

아직도 지방에선 신문기사를 구성진 우리 가락에 실어 읽는 할아버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당이나 사랑채에서 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대학·논어 등 고문(古文)을 소리 내어 읽는 송서(誦書)의 전통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제사에서 축문(祝文)을 읊조리는 것도 넓은 의미의 송서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적벽부〉〈출사표〉〈어부사〉〈삼설기〉 등의 송서에 대해 국악계에서는 가곡·가사·시조·잡가(민요) 등 성악 장르에 포함시키지 않는 등 낮춰보는 경향이 많았다.

경기명창 유창(柳唱·본명 유의호·41)씨가 〈삼설기(三說記)〉를 음악적·학술적으로 접근한 〈삼설기 연구〉(개마서원 펴냄)를 엮어내면서 스승 묵계월(79)명창의 장구 반주에 맞춰 이를 녹음한 음반도 함께 선보였다.

이 책에는 권오성(한양대 한국음악과)·이윤석(연세대 국문학과)교수와 박재희(운현궁 관장)씨가 〈삼설기〉를 각각 음악·문학·철학적 측면에서 접근한 논문과 함께 묵계월 명창의 〈삼설기〉 구술본을 실었다.

권오성 교수는 "삼설기는 경기민요처럼 흥겨운 소리는 아니지만 우렁차면서도 섬세한 맛이 있다"며 "점잖고 의젓하며 구성지면서도 애잔한 맛이 있어 옛 선비의 풍모를 느끼게 하는 소중한 음악적 유산"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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