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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통해 내면 들여다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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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떨어졌다고 아파트 옥상에서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으로 몸을 던지는 아이들. 선운사의 동백꽃처럼 핏빛 울음을 남긴 채 뚝뚝 목이 부러지는 아이들. 대입 시험에 짓눌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외마디 비명 소리를 내지르는 우리의 아이들.

상사로부터 짜증 섞인 말을 듣고 건물 계단에서 애꿎은 담배만 피워 대는 직장인들. 온 몸의 혈관이 분노에 찬 놀람으로 부르르 떨릴 때까지 술을 부어 대는 직장인들. '남자는 괴로워'를 부르짖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쉘 위 댄스'를 하고 싶어하는, 그러나 현실에서는 '반칙왕'이 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직장인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멀티테라피 주임 교수인 장성철 님이 '그림치료'를 주제로 펴낸 3권의 책은 이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수험생을 위한 그림치료〉,〈직장인을 위한 그림치료〉,〈동양인의 체질에 맞는 멀티테라피 새 그림치료〉(북하우스)가 바로 그것. 기독교와 불교에서 각각 '다윗의 별', '단청문양'으로 사용되는 '히란야 문양'이 신비로운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동양인의 체질에 맞는…〉는 나머지 2권을 실제적으로 활용하기에 앞서 읽어야 할 예비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모든 병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그림이야말로 마음을 드러내는 가장 솔직한 방법 중의 하나라고, 그래서 그림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 병이 치료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저자는 음양오행론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정신과 몸이 땅과 하늘에 맞닿아 있다고 역설한다. 서양에서처럼 그림의 형태 색감 등만 피상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보되 형태를 보지 않고 색감을 보되 색감을 보지 않는 '무념'의 상태를 강조한다. 즉 어떤 식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의식적인 생각을 버리고 손 가는 대로 붓을 놀릴 때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아이들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이야말로 생각이 행동이고 행동이 생각인, 의식이 개입되지 않은 삶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그림을 읽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그림도 그릴 수 있다. 자폐증 아동을 치유하기 위해서 부모의 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그리는 그림에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투여하고, 또 다른 사람의 그림에서 그 사람의 내면을 읽어낼 수 있을 때 진정한 그림치료가 가능하다. 다른 사람을 치유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병도 고칠 수 있는 것, 바로 이러한 적극적인 교류가 그림치료의 가장 큰 힘이다.

자, 이제 마음을 비우고 고요한 '무념 중용'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면 '히란야 문양'이 내뿜는 성스러운 기운에 자신을 맡겨보자. 그러나 그림치료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지는 전적으로 '히란야 문양'에 대한 개인의 믿음 문제다.

*집중력을 높여주는 그림
-〈수험생을 위한 그림치료〉12쪽에서

위 그림의 효과 : 처음엔 머리가 복잡해지다가 단순하게 변화한다. 정신이 산만하다가 한 곳으로 몰입이 되는 것을 느낀다. 편안해진다.

*편두통이 있을 때
-〈직장인을 위한 그림치료〉26쪽에서

위 그림의 효과 : 양쪽의 미간이 좁혀들어옴을 느낀다. 머리가 쭈뼛주뼛해진다. 눈알이 빠져나갈 듯 아프다가 눈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뻣뻣했던 뒷목이 풀어진다.

오현아 Books 기자(perun@joins.com)

▶이 글에서 이야기한 책들
*수험생을 위한 그림치료(장성철 지음, 북하우스)
*직장인을 위한 그림치료(장성철 지음, 북하우스)
*동양인의 체질에 맞는 멀티테라피 새 그림치료(장성철 지음ㆍ차성희 엮음, 북하우스)

▶이 글과 함께 둘러볼 사이트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홈페이지
*'히란야 문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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