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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통업체들의 비동기 선택으로 우울한 미 퀄컴

중앙일보

입력

SK텔레콤, 한국통신, LG텔레콤 등 국내 3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모두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기술표준으로 비동기 방식을 선택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나섬에 따라 동기방식 원천기술 소유자인 미국 퀄컴사의 주가가 8.2%나 떨어지는 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퀄컴사는 이에 앞서 한국정부의 단말기 보조금 폐지 조치로 인한 단말기 판매감소, 중국 차이나 유니콤의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기술채택 연기 등으로 시장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전체 인원의 3%인 200명 정도를 감원한다고 발표했었다.

이같은 시장여건 변화에 따라 지난해 휴대폰 붐을 타고 주가가 27배로 폭등하면서 미국 스탠다드 앤 푸어스로부터 최우량기업으로 선정됐던 퀄컴사는 금년들어 주가가 68%나 빠지는 등 험난한 한해를 맞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3대 통신사업자들이 비동기 방식(W-CDMA)을 선택함에 따라 퀄컴사의 향후 수익은 더욱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퀄컴사 CEO인 어윈 제이콥스 회장은 "한국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어떤 방식을 택하든 CDMA와 관련된 기술이 있으므로 계속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경쟁사들의 시장진입으로 퀄컴의 칩셋 시장 점유율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사는 동기식(CDMA) 방식의 최강자이지만 W-CDMA와 같은 비동기 방식의 원천기술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제이콥스 회장은 또 "앞으로 CDMA 표준간 로밍이 가능해지겠지만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네트워크는 인터넷이 될 것"이라며 "따라서 제3세대 이동전화가 폭넓게 사용되기 이전에 로밍문제는 이미 과거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 수입으로 성장한 퀄컴사 입장에서는 당장 한국의 3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유럽의 비동기 방식을 선택함에 따라 수익이 급격히 떨어지는 아픔을 감내해야만 할 입장이다. 이에 따라 퀄컴은 한국시장 유지를 위해 지난 6월 루이스 루핀 지적재산권 담당 수석부사장이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상 기술료(running royalty)에도 최혜국 대우(MFR)을 보장하겠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그는 또 94년 이전 개발된 동기식 기술에만 적용하는 최혜국 대우와 로열티를 3세대 이동통신 기술에 대해서도 연장 적용하겠다고도 언급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퀄컴에 내는 기술료는 93년 계약 당시 기술 도입 비용으로 지급한 선급기술료와 단말기와 시스템을 판매할 때마다 지급하는 경상기술료 두가지.

지난 93년 기술도입 계약 당시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는 각각 850만달러, 맥슨전자는 650만달러의 선급기술료를 지급했다.또한 경상기술료는 단말기의 경우 내수 판매가격의 5.25%, 수출가격의 5.75%를 적용하고 시스템은 내수가격의 6%,수출가격의 6.5%를, 계약기간은 내수의 경우 13년, 수출은 15년으로 했다.

그러나 루핀 수석부사장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고압적 자세로 진행된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동기식 기술을 채용할 경우 특혜를 주겠지만 한국기업들이 비동기식 기술을 채택할 때는 퀄컴이 보유하고 있는 비동기 기술에 대해 막대한 로열티를 요구할 수 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일본에서 이미 통상압력과 직접 사업권을 신청하겠다는 협박을 통해 IDO그룹이 뒤늦게 동기식 기술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가했던 퀄컴이 국내에서 다시 한번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통부 고위관계자는 "IMT-2000에 있어 기술표준은 전적으로 사업자 자율에 맡길 것"이라며 "아직 정식 신청까지 두달정도가 남은 상태이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기술료나 기술이전 등을 감안해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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