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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외환은행 지분 하나금융에 팔아도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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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18일 론스타펀드(LSF-KEB홀딩스)의 지분 매각 등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임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8년 만에 한국을 떠나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8일 론스타펀드(LSF-KEB홀딩스)에 대해 6개월 내 외환은행 초과지분을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징벌적 매각’을 위한 조건은 따라붙지 않았다.

 금융위는 이날 임시회의에서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은 론스타에 대해 초과지분(41.02%)을 내년 5월 18일까지 처분하라고 결정했다. 은행법상의 최대 기간인 6개월을 줬다. 금융위 이석준 상임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론스타가 처분해야 하는 주식 수가 역대 최대 규모인 데다, 과거 유사사례를 고려해 최장한도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징벌적 매각명령’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그동안 론스타가 주식을 장내에서 공개매각토록 금융위가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면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방법이 없어진다.

하지만 금융위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영국에서도 장내 주식처분을 명령한 사례가 없다”며 조건 없는 처분명령을 내렸다. “장내 매각 조건을 부과하면 주가 하락으로 외환은행 소액주주의 재산피해가 클 것”이란 점도 반영됐다. 외환은행 지분율이 0.01% 미만인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현재 7만3874명, 보유주식 수는 5500만 주에 달한다.

 금융위는 특히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확인된다고 해도 징벌적 매각명령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므로 외환은행 인수 승인 자체가 무효이고, 하나금융과의 계약도 무효”라는 시민단체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이석준 상임위원은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승인 자체를 무효로 하긴 매우 어렵다는 게 법률 검토 결과”라며 “설사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해도 은행법상 징벌적 매각명령은 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론스타가 주식을 자발적으로 판다면 그 방식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주식매매 협상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론스타는 지난 7월 4조4059억원(주당 1만3390원)에 외환은행 지분을 넘기기로 하나은행과 합의했고, 곧 재협상을 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그러나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작업은 론스타가 소유한 일본 계열사인 PGM홀딩스의 사업 내용에 초점을 맞춰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금융감독원이 확인한 바로는 PGM홀딩스는 투자업을 하는 금융회사이지만, 골프장 사업체를 자회사로 갖고 있다.

 이날 금융위의 결정은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징벌적 매각 명령’을 주장해온 금융노조는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금융위 처분명령은 위법일 뿐 아니라 범죄자 론스타에 출구를 만들어주는 범죄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외환은행 노조 역시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위 앞에서 집회를 열고 “총파업을 불사한 전면투쟁을 벌이겠다”며 “론스타 특혜처분을 강행한 금융당국 관련자 전원을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날을 세우고 있다. 전날 민주당은 금융위가 조건 없는 매각을 명령할 경우 국정조사를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한애란·류정화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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