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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최고 연봉 바라면 난 도둑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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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승엽이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인터뷰하면서 아픈 어깨를 만지고 있다. [용인=김민규 기자]

‘국민타자’ 이승엽(35)은 지난 4일 8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고국 땅을 밟으면서 “아쉬움보다 설렘이 크다.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아직 어떤 팀과도 계약하지 않았다. 친정팀 삼성에 갈 가능성이 크다.

 이승엽은 16일부터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 나가 몸을 만들고 있다. 재활 위주의 훈련이다. 지난 8월 경기 도중 다친 어깨 근육을 치료하고 있다. 삼성이 지원하고 있다. 이승엽을 위해 개인 라커도 마련해 줬다.

 이승엽을 17일 STC에서 만났다. 그는 “일찍 나와 운동하고 집에 일찍 들어간다. 좋아하는 당구와 골프를 삼가고 사람을 만나도 오후 10시 전에 귀가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요즘은 마음이 무척 편안하다”는 말도 했다. 표정이 밝았다.

 그는 아직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이승엽은 협상 계획을 묻자 “(송삼봉 삼성) 단장님이 안 만나 주신다”고 농담했다. 그리고 “이달 말 아시아시리즈가 끝나면 횟수가 잦아지지 않을까 싶다. 되도록 빨리 원만하게 결정하고 싶다”고 했다.

 “이대호나 김태균보다 더 주려고 삼성이 미루는 게 아니냐”고 묻자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며 웃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승엽은 “최고 대우를 바라지 않는다. 자존심을 세워 주면 된다”고 했다. 자신의 몸값에 대해 “애매하다”고도 했다. 이승엽은 일본으로 가기 전인 2003년 6억3000만원을 받았다. 당시 최고 연봉이었다.

 “김태균이나 이대호보다 많이 받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승엽은 “그러면 난 도둑놈이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그에 버금가는…”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것(최고 연봉)이 자존심 아닌가”란 말엔 “욕심”이라고 잘랐다.

 이승엽은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예년 같았으면 쉬는 기간인 11월에 몸을 만들고, 빨리 타격 훈련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만반의 준비를 해 한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이승엽은 “홈런을 몇 개 칠 수 있는지 많이들 물어보신다. 한국 야구가 그동안 많이 발전해 초반부터 치고 나가긴 힘들겠지만 나름대로 욕심은 있다. 겉으로 보면 깡다구가 없어 보여도 난 지기 싫어하고 항상 1등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개인 통산 400홈런(현재 324홈런)과 한·일 통산 2000안타(현재 1972안타)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거울을 보며 ‘이승엽, 넌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승엽은 19일 박찬호 유소년 야구캠프에 참석한 뒤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떠난다. STC 훈련은 28일 다시 시작한다. 그는 “난 ‘게으른 천재’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뛰어난 선수는 노력을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용인=김우철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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