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FBI’ 수장 빅터 송, 삼성전자서 전격 영입

중앙일보

입력 2011.11.16 01:48

업데이트 2011.11.16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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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삼성전자가 미국 연방수사기관을 통틀어 아시아인으론 최고위직에 오른 한국계 미 국세청(IRS) 간부를 경영진으로 스카우트한다. 탈세와 돈세탁 등을 수사하는 미 국세청 범칙수사국(CI) 수장인 빅터 송(Victor Song·53·사진) 국장이다. 그는 삼성전자에 부사장으로 영입된다.

삼성전자와 뉴욕 소식통에 따르면 “송 국장과 삼성전자 간에 근무 조건과 업무 범위에 관한 합의가 끝났다”며 “내년 1월 1일부터 삼성전자로 출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 국장은 이미 IRS에도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국장은 1981년 미 국세청에 입사해 29년 만인 지난해 1월 CI 수장에 올랐다. 미 국세청 내에선 청장·부청장에 이어 서열 3위다. 미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30여 개 수사기관을 통틀어 아시아인으론 최고위직이다. CI는 직제상 미 국세청 소속이지만 독립적인 수사기관으로 FBI나 마약수사국(DEA)과 동등한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형사사건을 주로 수사하는 FBI와 달리 기업·금융회사의 탈세와 돈세탁 범죄를 집중적으로 다뤄 경제·금융 범죄에 관한 한 최고의 노하우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달 8월 말 국세청이 발표한 해외계좌 미신고자 38명에 대한 조사에도 CI가 깊숙이 관여했다.

 송 국장 영입은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는 애플을 비롯한 경쟁사의 특허권 소송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미 국세청 서열 3위인 그는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각국 사법당국에 폭넓은 인맥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삼성전자 안에서 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삼성전자 내 내부 감찰에 관해서도 최고경영진의 자문에 응할 전망이다.

 송 국장의 외할아버지는 1904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이민 가 일하면서 독립운동자금 마련에 앞장선 독립운동가 정두옥씨다. 1907년 하와이에서 결성된 해외독립운동단체 합성협회의 창립 멤버이자 21년 대조선독립단 총단장을 역임했다. 그 공로로 95년 한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받기도 했다.

송 국장은 지난 4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일본군의 진주만 폭격 후 입대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전쟁터로 되돌아가셨다”며 “외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평범한 시민이었지만 늘 가족과 조국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고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58년 하와이 호놀루루에서 태어난 그는 하와이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81년 미 국세청에 입사한 뒤 83년 CI의 특별수사관이 됐다. 이후 승진을 거듭해 지난해 1월 아시아인으론 처음 CI 국장이 됐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미 국세청 범칙수사국(CI)=1919년 국세청 내에 설치된 독립 수사기관. 32년 미국 시카고를 주름잡았던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를 탈세혐의로 체포해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게 하면서 유명해졌다. 미국 내 26곳과 전 세계 10곳에 지부를 두고 있다. 특별수사관 2700명을 비롯한 42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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