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인간 지놈지도 초안이 발표된 이후 미국의 5대 바이오벤처 단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콜로라도주 덴버는 줄곧 잔칫집 분위기였다.
덴버 인근 볼더시에 위치한 바이오스타사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곳 중 하나다.1998년 반도체 기술을 이용한 인플루엔자 진단 키트 등을 최초로 개발·판매해온 이 회사는 지놈이 완전 해독돼 데이터베이스화하면 더 많은 종류의 질병을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상품들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된다.
최고경영자(CEO) 인 노엘 도헤니는 “계속된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구비구비 돌아가던 길을 지놈 프로젝트 덕분에 엄청나게 단축할 수 있게 됐다”며 “축적된 정보와 지속적인 연구로 DNA칩 개발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온갖 유전 정보가 집적된 DNA칩을 이용해 암 등 난공불락의 질병을 미리 진단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그것도 혈액·타액 등을 시료에 묻혀 칩에 반응시키는 아주 간단한 방식을 이용할 계획이다.
식물에서 신물질을 추출해 대형 제약회사에 판매하는 유니베라 파마수티칼(UPI) 사도 지놈 프로젝트의 수혜 업체.UPI는 이미 1천여종의 식물에서 4만여종의 유효 성분을 추출해내 이 분야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놈 발표로 체계가 잡혀가는 유전자정보학(바이오인포메틱스) 덕분에 신물질을 동물실험 등을 통해 일일이 대입해보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특정 유전자와 반응하는 항암·항천식·미백 물질 등을 밝힐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CEO인 스티브 온돌프는 “그동안 바이오산업은 박테리아·균류 연구에만 집중해 왔다”며 “천연식물은 어떤 성분이 인체에 유효한지 몰라 이용률이 낮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그는 “앞으로 지놈 정보를 이용하면 정확도는 10배,성분 분석 속도의 경우 1년 걸릴 것이 1주일로 단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콜로라도의 벤처 인큐베이팅 단지인 피치몬스 바이오 파크에 갓 입주한 인터그레이티드 피지올로지사는 인간 신체를 1㎜ 단위로 잘라 3D(3차원 영상) 로 재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간 유전자 정보와 결합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의대생들은 시체를 놓고 해부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 앞에 앉아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해부 실습을 할 수 있게 된다.
덴버와 볼더·오로라 등을 포괄하는 콜로라도 단지는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한 베이 에어리어 ▶하버드·MIT대가 자리잡고 있는 보스턴 ▶대형 제약회사가 밀집해 있는 뉴욕·뉴저지 ▶메릴랜드 지역에 이어 미국내 5대 바이오 산업기지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콜로라도 주립대 출신의 기술 인력을 기반으로 정보기술(IT) 산업을 발전시켜온 이 지역은 IT와 바이오 산업이 결합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세계 최대 생명공학 기업이자 적혈구 생성 촉진제로 유명한 암젠사도 이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특히 이 지역 바이오 기업 가운데는 대형 제약회사에 임상 전(前) 단계의 신물질을 제공하거나 의약품 개발 원천기술 및 장비에 대해 연구하는 업체들이 많다.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투자되는 신약 개발에 매달리기 보다 특화된 바이오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게 이들 바이오 벤처들의 전략이다.
컨설팅 업체인 언스트 앤 영의 바이오 기업 담당 파트너인 스코트 모리슨은 “바이오 산업은 장차 셀레라처럼 DNA 분석방법을 개발하는 ‘툴(tool) 회사’와 분석된 자료를 데이터 베이스화하고 신약 개발 등에 응용하는 ‘콘텐츠 회사’로 양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놈 프로젝트에 의해 촉진된 IT와 의료기술의 결합은 거대 제약사의 독점력을 신생 바이오 기업으로 분산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빌 게이츠,래리 앨리슨 등 IT업계의 거물들도 바이오 벤처의 저력을 중시,최근 비아그라와 유사한 약품을 개발중인 아이코스,수퍼젠 등 신생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모린슨은 “기술관련주의 전반적인 하락세에도 불구,바이오 산업은 올해 상반기에 1백70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히고 “바이오 산업은 내년 1분기부터는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업종으로 자리를 굳힐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