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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다 암 수술 기록 … 암 분야 병원평가 최고 성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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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암센터장

서울아산병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암 치료기관이다. 중앙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토대로 2010년 전국 병원의 9개 종류 암 수술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9만9134건 중 9.7%인 9644건이 이곳에서 행해졌다. 2위 병원과는 1927건이 차이 나고, 5위 병원보단 3배 이상 많았다. 간암·유방암·대장암·위암·췌장암·자궁경부암이 전체 병원 중 수술건수 1위를 차지했다.

수술건수는 치료성적의 바로미터다. 심평원 이규덕 평가위원은 “수술을 많이 한 병원이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이 적다는 건 국내외 논문에 밝혀진 사실”이라며 “의사의 수술기술과 의료팀의 환자관리가 발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2734병상을 갖고 있는데, 그 중 절반은 암환자가 입원하고 있다. 이처럼 암환자가 몰리는 이유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대장암 명의 유창식 교수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환자도 끝까지 승부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우리마저 거절하면 환자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어렵고 복잡한 케이스를 할수록 실력이 쌓여 지금의 명성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전공의·전임의 등 젊은 의사에게도 환자를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가르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약 1만 건의 암수술을 했다. 국내 암환자 10명 중 1명을 치료한 셈이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초창기부터 외과 세부 전공 나눠 집중 공략

환자가 늘면서 경험과 실력이 쌓이고 입소문이 나면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처음부터 선두주자는 아니었다. 1989년에 개원한 서울아산병원은 초기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을 따라가기 바빴다. 그러다 1994년 민병철 전 병원장이 변화를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외과의 세부 전공을 나눈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위암 명의 김병식 교수(교육부원장)는 “이전에는 한 외과의사가 위·대장·유방 등 여러 암을 다 수술했는데 이후부터 저는 위, 이승규 교수는 간 등으로 분야를 나누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분야를 집중 연구하면서 의사는 물론 병원의 성장속도가 빨라졌다.

여러 진료과목 의사가 통합진료

암은 변이가 많다. 치료법이 공식처럼 딱딱 떨어지는 환자도 있지만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컨대 직장암인데 간과 폐에 전이된 환자다. 이 환자에게 수술을 먼저 할지, 방사선치료 후 수술을 할지, 수술은 어떤 방법이 좋을지 등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이 경우, 서울아산병원은 통합진료를 실시한다. 외과·내과·방사선종양학과·종양내과·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 의사가 머리를 맞대고 한 환자를 고민한다.

환자가 많아 외래 때는 1명을 5분 이상 진료할 수 없다. 그러나 통합진료 시간에는 5~6명의 암 전문의가 1명을 10~15분간 집중적으로 본다. 유창식 교수는 “바쁜 일정을 쪼개 한데 모이기가 어렵지만 통합진료를 하면서 의사들도 서로의 분야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온코맵 연구에 쓸 자료를 선정하기 위해 병리과 교수들이 모여 유전체 검체를 선정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의사 못지 않은 전문 간호사

서울아산병원은 말 그대로 환자가 넘친다. 1일 평균 1만1000명이 외래진료를 받으러 온다. 고난도 수술만 연간 5만9000건이 이뤄진다. 암환자는 지난 한해 60만4324명이 외래진료를 봤다. 입원한 암환자는 5만7464명이었다. 의사가 교수와 전임의·전공의를 포함해 1500명이지만 일손이 모자란다. 서울아산병원은 전문간호사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3000명의 간호사가 수술전문, 간병전문, 임상전문 등으로 나눠져 환자를 돌본다.

유창식 교수는 “의사 혼자 환자를 보는 게 아니다”라며 “전문 간호사와 의사가 팀을 이뤄 진료와 학술활동 등을 같이하며 실력을 쌓는다”고 말했다. 모든 의료인력을 골고루 강화하는 것이다. 김병식 교수도 “경력 10년차 이상의 전문 간호사가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한 팀으로 일하기 때문에 난도가 높은 수술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정보 활용한 환자 맞춤형 치료

서울아산병원은 치료뿐 아니라 암 정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유전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장세진 교수는 “최근 미국이 경제위기로 의료 연구비를 대폭 삭감했는데, 그 중에 선택과 집중할 것으로 유전체 연구를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복지부의 사업과제를 맡아 한국인의 호발암을 연구하고 있다. 유전체 기술을 기반으로 환자 데이터를 종합·분석해 암의 원인과 진단, 치료법, 예후판단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환자별 맞춤의학 시대를 여는 것이다. 이 병원 간암 명의인 이영주 암센터장은 “암 유전체를 분석하는 기술과 환자별 맞춤치료를 통해 차세대 의학 패러다임의 중심에 서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세계 최고의 유전자 정보 분석기술을 보유한 미국 하버드의대 다나파버 암연구소와 협약을 맺었다. 간단한 혈액검사나 조직검사만으로 암 유전자 파악이 가능한 ‘온코맵(Oncomap)’ 기술을 이전 받고 있다. 암은 환자와 암의 종류에 따라 변이 양상이 다른데, 이를 조사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암 유전자지도를 그리는 게 온코맵이다. 10월부터 시작해 200여 명을 분석 중이다. 어떤 유전자를 가진 환자에게 어떤 암이 발생했고, 어떤 항암제가 잘 들었는지 등을 파악한다. 이 프로젝트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해외 우수 연구기관 유치사업’의 일환으로 6년간 36억 원을 지원받는다.

 장세진 교수는 “암 유전자 데이터가 축적되면 표적항암제의 치료효과를 미리 알 수 있다”며 “고가의 표적항암제를 사용하고도 치료에 실패할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온코맵은 표적항암제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07년 보건복지부로부터 25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한국형 표적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이영주 암센터장은 “암 환자 치료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암 치료기관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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