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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보름 맞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보내는 목소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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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일주일 째인 지난 2일 아침 관악구 서원동에서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대 반 우려 반. 10.26 보궐선거로 시민운동가 출신 시장을 처음 맞이한 서울시민들의 심정은 그랬다. 기대한 쪽은 ‘진솔한 서민 챙기기’를 바랐고, 우려한 쪽은 ‘진보 편향성과 비전문성’을 걱정했다. 아직 충분한 검증이 덜 된 인사라는 점에서 이런 기대와 우려는 당분간 공존할 전망이다. 당선 직후인 27일 아침에 그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는 것으로 행정가로서의 첫 걸음을 했다. ‘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민생행보를 이어가다 7일에는 ‘FTA 반대’를 천명하며 첨예한 정치현안에까지 뛰어들었다. 10일로 취임 보름, 그에게 쏟아지는 주문과 조언을 모아봤다.

정리=손지은 행복동행 기자

“현장행정 인상적, 절차도 존중해야”

김영래 (65·전 NGO학회 회장, 동덕여대 총장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노숙인의 영안실을 찾는 등 시민과 함께하는 현장중심의 행정을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더라도 서울시라는 거대한 조직의 절차는 존중해야 한다. 뉴타운 반대 농성 주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운동 당시 현장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관료주의 틀에 빠지지 않고 항상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경청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시민참여 시정, 투명한 예산집행을”

김동춘 (52·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20년 이상 공익을 위해 헌신한 초심을 서울 시정을 펼치는 데도 잃지 않아야 한다. 시의원, 이해집단들과 타협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도 올 텐데, 시민사회정신과 헌신의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본인 신념과 반대되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진두지휘 했던 인사를 대변인으로 정한 건 부적절하다. 대변인은 시장과 시정 방향을 공유해야 하는 자리다. FTA에 대한 입장 표명은 FTA의 체결 후 서울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시장으로서 당연히 표할 수 있는 것이다. 시 운영에 시민참여를 늘리고 엄격하고 투명한 예산집행을 이어가야 한다.

“시민운동계, 더 적극적 비판 필요”

고계현 (46·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시립대 반값등록금, 서울시 비정규직 공무원 단계적 정규직 전환 등 공약사항을 이행해 나가려는 모습에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그러나 서울시 재정을 고려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선순위를 잘 가려야 한다. 정치인·행정가 출신이 아니므로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패러다임대로만 접근하면 실정을 할 수도 있다. 배우는 자세로 열린 시정을 펼쳐야 한다. 이전 시장이 자신의 신념에 치중하다 실패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시민운동계는 시민운동가 출신이 시장이 됐다고 해서 비판의 날을 무뎌지지 않게 더 적극적인 비판을 해야 한다.

“군림하지 않는 포용의 리더십을”

이정희 (58·한국외대 정치학 교수·전 한국정치학회 회장)

지하철 출근 모습 등은 군림하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여러 정당의 도움을 받아 당선이 됐다는 건 큰 힘이 될 수도 있지만 각 당의 색깔과 입맛에 모두 맞추다가는 정책운영의 일관성을 잃을 수 있다. 전 시장이 했던 모든 것들 바꾸는 게 아니라 기존의 좋은 정책들은 더욱 발전시키는 포용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FTA 등 국가정책에 대한 의견은 표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나 시민운동가가 아닌 서울시장으로서의 자세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시간적으로 시정을 충분히 파악하고 내놓은 표명이라고 보긴 어려울 듯하다.

서울시청 홈페이지

11월 6일 ‘자유게시판’ 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공청회도 없이, 누구 맘대로 서울시민 세금을 인심쓰듯이 주무르십니까. 인기에 영합한 시장은 오래 못간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아실텐데요.

11월 4일 ‘자유게시판’ 범○○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불필요한 문화행사 줄여주세요. 제발 그런 문화행사에 지출되는 비용을 줄여서 이번에 하실려고 하는 반값등록금 공약이랑,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에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11월 3일 ‘자유게시판’(익명) 뭐든 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한 법입니다. 취임을 하시고, 정책행보에 터보를 달고 달리고 계신데, 잠깐잠깐 멈춰서 뒤를 돌아 보셔야 합니다.

10월 29일 ‘시장에게 바란다’(익명) 아이들 무상급식 못지 않게 어르신들 복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랍니다. 어르신들이 낮시간을 유용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전철역과 인접한 곳에 노인복지관을 건립해주세요.

박원순 페이스북 담벼락

11월 7일 김○○ 비정규직에 대한 배려도 좋지만 정규직들의 고충도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희 남편 일주일에 평균 60시간씩 일합니다. 아이 셋은 온전히 엄마인 저 혼자 몫으로 남습니다. 아빠들을 가정으로 제 시간에 보내 주셔야 합니다. 근로시간을 엄수하게 하세요.

10월 31일 정○○ 부동산 폭등에 전세대란. 겨울 걱정을 해야 하는 터에, 남아도는데도 임대 안 하는 임대 아파트가 있습니다. 왜 그러는지 살펴봐주세요.

11월 5일 유○○ 서민과 함께 대화하고 방법을 찾고 실행에 옮기고 …. 높은 자리의 공직자가 아닌 우리 곁의 동네 아저씨 같은 시민의 공직자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11월 4일 ◇◇ Moon 시립대 등록금 인하를 본보기로 보인다고 했는데 실제 무용지물인 거 같습니다. 시립대는 시예산으로 돌아가는 공립 대학이고, 일반사립은 반값등록금하면 학교가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영양가 없는 보여주기식 행정보단 내실을 다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0월 28일 강○○ 반값등록금, 저소득계층 복지 등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에 있어서는 얼토당토한 말이 아닌,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 수 있게 힘을 써 주셨으며 합니다.

트위터

11월 8일 @dlct◇◇◇◇ 박원순 시장이 FTA를 구체적으로 서울시 세입이 얼마나 주는지로 근거를 들어 반대했다. 찬성하는 측 구체적으로 뭐가 이득인지 근거를 들어 얘기 좀 해 봐라. ‘걱정 마요. 그런 독소 조항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요’라는 애매한 말만 하지 말고 …

11월 8일 @ityo◇◇◇◇ 박원순 시장 한미FTA 반대입장 서울시 명의로 표명. 서울시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핑계로 정치적 행보를 시작했나 본데, 만약 그런 논리라면 그 어떤 것이 서울시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그럴 경우 온 지자체가 사사건건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11월 7일 @shang◇◇◇ 공약을 행하는 재빠른 행보에 감탄을 하지만, 걱정도 됩니다. 공약 이행 전에 충분한 검토를 해보셨을 거라 믿지만, 빠른 이행으로 인한 부작용도 검토해주세요

11월 6일 @Tiger◇◇◇◇ 새로운 시장이 되셨다고 기존에 진행해오던 사업들을 전면 중단 또는 재검토하면 어쩝니까? 그 사업들을 위해 수개월 수년을 뛰어온 저 같은 국민들은 뭐가 됩니까? 시장님 덕분에 올해 먹고 살 일이 걱정입니다.

11월 6일 @sodo◇◇◇◇◇◇ 시장님 덕에 다음 학기 복학하면 반값으로 등록금 걱정 없이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받게 된 혜택 잊지 않고 제 다음 세대에 다시 물려줄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할게요.

서울시 직원들 반응

“저 뿔 달린 거 아니죠.”

지난달 27일 서울시청에 첫 출근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머리 위에 손을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 간부·직원들과의 첫 상견례에서다.

그는 직원들에게 ”기죽지 말고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말씀을 해달라“며 ”저는 순종하는 공무원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마친 그는 참석한 공무원들이 서 있는 쪽으로 성큼 걸어가 일일이 악수를 했다. 시장은 단상 앞에 서 있고 직원들이 일렬로 늘어서 한 명씩 나와 악수를 하는 과거 상견례 관행을 깬 것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뭔가 달라지긴 달라지나 보다”하는 소리가 나왔다.

업무보고를 위해 박 시장을 만나 본 간부와 직원들의 대체적인 평은 “소탈하다”였다. 한 공무원은 “소탈한 척 연출하는 게 아니라 시민 운동을 하면서 몸에 밴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2일 열린 정례 간부회의에서도 “회의 형식이 너무 딱딱하다”며 “서로 토론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문승국 서울시 정부2부시장 내정자는 “해외 사례를 접한 경험이 많아서 시정에 관한 아이디어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있다. 벌써 피로감을 호소하는 공무원들도 여럿 있다. ‘꼼꼼 원순’ ‘일벌레’ 등의 별칭을 가진 박 시장이 너무 밀어붙이거나, 결국은 자기 뜻대로 시정을 밀고 갈 것이란 우려다. 그러는 과정에서 혹시 도가 넘는 파격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한 공무원은 “격의 없이 대하고 이야기를 잘 듣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으로 들어가면 주장을 잘 굽히지 않으실 것 같다”고 느낌을 전했다.

분위기의 변화도 감지된다. 서울시 행정국은 박 시장의 취임을 계기로 그 동안 소극적이고 행사 중심이었던 공무원들의 나눔 활동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자발적인 건 아니지만 시장의 코드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인 셈이다. 시장의 의중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박 시장의 트위터에 팔로어가 되거나, 그와 관련된 책을 주문해서 읽는 직원들도 많이 눈에 띈다.

김영훈 기자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주요 행적과 말

10월 27일

-오전 6시30분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상인의 사인 요청에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고 사인해 주고 “책상머리에 있기보다 현장에서 시민의 말을 경청하겠다.”

-오후 5시 영등포 쪽방촌 방문=“일회적인 전시행정이 아니라 서민 생활현장을 자주 방문해 서울의 단 몇 군데라도 성공사례를 만들겠다.”

10월 28일

-2011 서울 명예시민의 날 행사(세종문화회관) 참석=“복지시장으로서 서울 하늘 아래 적어도 굶는 사람 없게 하고 집은 투기 대상이 아니라 안식처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

-오후 6시30분 예산 업무보고 (도시락 먹으며 2시간)=“보도블록 새로 까는 것 보면 시민들 화 난다. 최대한 예산을 아껴라.”

10월 29일

-오후 2시 독립민주페스티벌(서대문독립공원) 참석=“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서울시가 앞장서겠다.”

-행사 후 근처 영천식당 분식집서 떡볶이 미팅=“시장이 시장을 찾는게 이상한가요.”

10월 31일

-오후 2시 전국노인 자원봉사대축제 개막식(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참석=“선거에서 복지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드렸다. 일과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 일자리를 늘리고 어르신의 인간적 존엄성이 상하지 않도록 해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11월 1일

-오전 8시 국무회의(정부중앙청사/총리 주재) 배석자 신분으로 참석=“중앙정부 도움 없이는 제대로 시정을 펼치기 어렵다. 중앙정부의 협력을 많이 얻어야 할 것 같다.”

11월 4일

-오전 10시 종합소방기술경연대회(목동운동장) 참석=(소방제복 입고)“여러분들은 살아있는 공동체의 자랑스런 밑거름.” “안전에 대한 갈망은 서울 시민 모두의 희망.”

11월 7일

-한·미 FTA 관련, 외교통상부·행정안전부에 의견서 제출=“한·미 FTA의 ISD조항은 재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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