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왜 왔나” 한진중 노조, 합의안 찬반투표 돌연 중단

중앙일보

입력 2011.11.10 01:56

업데이트 2011.11.10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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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9일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 주변에서 경찰과 조합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투입됐다. [부산=송봉근 기자]

한진중공업 사태가 타결 직전에 무산됐다. 9일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만들어 노조 전체 총회에 부쳤다가 타워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50)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출동하자 노조가 총회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10일 오후 2시 조합원 총회를 다시 열어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지만 통과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8일 오후부터 밤샘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9일 의견 접근을 보았다. 노사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정리해고자 94명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 권고안대로 1년 안에 재고용하는 것이다. 조남호 회장이 국회에서 약속했던 해고자 생활지원금 2000만원 가운데 1000만원을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1000만원은 세 차례(2012년 3, 7, 12월)로 나눠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표 참조>

 노사의 의견차가 컸던 재취업 시 경력 인정 문제는 노조 요구가 일부 반영됐다. 노사가 서로를 상대로 한 형사 고소·고발은 모두 취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합의사항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취소한 사람에게 적용한다고도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런 잠정 합의안을 놓고 노조는 이날 오후 4시 영도조선소 안 광장에서 조합원 7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찬반 투표를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열었다. 통과된다면 308일을 끌어온 사태가 해결되고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크레인에서 내려올 순간이었다.

 그러다 돌발 상황이 생겼다. 잠정 합의안을 설명하고 토론회가 마무리될 때쯤 ‘경찰이 김 지도위원이 있는 85호 크레인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노조 측은 즉각 총회를 중단하고 85호 크레인으로 몰려갔다. 영도조선소 밖에 있던 정리해고자들도 크레인 앞으로 몰리면서 본관 출입문을 부수는 등 소란을 피웠다.

 차해도 한진중 노조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총회를 여는 도중 경찰이 김 지도위원을 검거하기 위해 진입했다. 누가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경위를 파악하고 사측과 경찰이 공식 사과할 때까지 총회를 연기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 측의 시설보호 요청도 있었고,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지도위원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기 때문에 크레인에서 내려오면 영장을 집행해 병원 진료를 받게 한 뒤 조사를 하기 위해 300여 명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 측이 나가달라고 해 즉각 철수시켰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김 지도위원의 신병을 확보한 뒤 병원에서 건강 상태를 점검한 뒤 몸 상태가 좋아지면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김 지도위원은 “사측이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취소하기로 한 만큼 경찰의 체포영장 발부 원인도 소멸된 것 아니냐”며 “체포영장과 무관하게 내가 어디 도망갈 일도 없고 조합원들이 잠정 합의안에 찬성하면 조합원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타워크레인에서 내려가면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뒤 경찰 조사를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노사가 도출한 잠정 합의안에 대해 일부 해고자들은 불만도 표시했다. 파업기간 중 무노동·무임금 기간이 적용되면서 해고 당시 퇴직금에 불이익을 받았다며 해고자들이 요구하는 퇴직금 재정산 요구에 대해서는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번 잠정 합의안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김상진·위성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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