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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의 수월성 교육] 서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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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이번 중간고사에서 영어를 100점 받았어요.” 지현아(1학년)양의 자랑이 대단하다. 지양은 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동사에 ing가 붙으면 동명사가 된다는 기본적인 영문법조차 몰랐다. 안준형(1학년)군은 고등학교 입학 초기 진단평가에서 수학 문제를 단 한 문제도 풀지 못했다. 안군 역시 1학기 중간과 기말고사에서 수학 과목을 100점 받았다. 이들의 놀라운 변화는 서초고(서울 서초구)가 실시하는 기초반 프로그램 덕분이다.

올해 ‘고교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로 선정된 서초고는 1학년 진단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기본영어반과 기본수학반으로 나눠 일주일에 4시간씩 수업한다. 교재는 정규수업 교과서와 다른 수준별 교재를 사용한다. 시험도 이 교재를 바탕으로 출제된다. 동일한 교과서로 수업 내용만 수준별로 달리하는 일반학교의 우열반과 차이가 있다.

이를 위해 외부에서 전문강사도 초빙했다. 기본영어반을 담당하는 김미정 강사는 “꿈을 물어봤을 때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대답할 정도로 처음에는 학생들 모두 의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학생들이 조금씩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변하게 된 이유는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교재와 수업 내용으로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양은 “예전에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딴 짓을 하거나 졸았다”며 “기본반 수업을 듣다 보니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이 생겼다”고 말했다. 안군도 자신이 못 한다고만 생각했던 수학에서 하나 둘 문제가 풀리고 기초실력이 탄탄해지자 의욕이 생겼다. 부족한 부분은 인강으로 보충했다. 공부에 재미를 붙인 기본반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보충수업도 자원해 받았다. 지양은 “방학이면 오후 5시나 돼야 일어나곤 했는데, 보충수업을 위해 아침 일찍 눈 뜨는 내 모습에 스스로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기본반에 편성됐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며 뿌듯해했다.

심화반 운영으로 수시지원의 기회가 넓어져

서초고는 기본반뿐 아니라 고3을 대상으로 고급수학과 고급영어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고교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는 기초 수준에서 특목고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심화수학반에서 공부하는 임서정양은 “심화 내용을 배우기 때문에 논술학원에 따로 다니지 않고도 수리논술 대비가 가능하다”며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한 반에 모여 수업을 듣다 보면 경쟁심도 생겨 해이해지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심화영어반 김상우군은 “고난도 유형을 다루다 보니 학원 수업 없이도 대입과 논술 준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화반 수업 개설 이후 학생들의 수시전형 지원 폭도 넓어졌다. 예컨대 연세대 글로벌리더 전형에 지원하기 위해선 외국어 교과가 58 단위 이상이거나 32 단위 이상에 평균 2등급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외고를 제외한 고교에서 이 같은 단위 수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심화반 수업을 받은 서초고 학생들은 32 단위 이상 충족할 수 있어 이 같은 전형에도 지원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번 수시에서 심화영어반의 한 학생이 연세대 글로벌리더 전형에 지원해 1차 합격통보를 받았다. 황귀연 교장은 “기본반과 심화반을 운영하면서 학교와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만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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