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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만에 초대형 태양폭풍 덮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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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태양에 새로 생긴 거대한 흑점에서 플레어가 폭발하는 모습. 3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역학관측위성(SDO)이 포착한 장면이다. 2013년 흑점 극대기를 앞두고 최근 태양에선 이 같은 대규모 폭발이 이어지고 있다. [NASA 제공]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아칸소주 오자크시 밤하늘에 황홀한 ‘빛의 커튼’이 나타났다. 오로라(aurora)였다.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들이 지구 대기와 반응해 일어나는 방전(放電) 현상이다. 통상 위도 60도 이상의 극지방에서 나타나 극광(極光)이라고도 불린다. 한데 오자크시는 미국 남부다. 북위 35도 로 서울(북위 37도)보다도 아래쪽이다. 이런 중위도 지방에서 오로라가 관측되는 건 태양 활동이 이례적으로 강할 때뿐이다. 역사상 가장 강한 태양 폭풍이 몰아친 1859년, 하와이(북위 21도)에서 오로라가 관측된 게 대표적이다. 지금 태양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 3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역학관측위성(SDO)이 태양에서 거대한 흑점(黑點, solar spot)을 새로 발견했다. 길이 8만㎞에 폭 4만㎞로 지구의 3배 이상 크기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나타난 흑점 가운데 가장 컸다. 이런 흑점은 왜 생기는 걸까. 양극이 뚜렷한 지구와 달리 태양의 자기장은 거미줄같이 얽혀 있다. 이 자기장들이 좁은 지역에서 뒤엉키면 플라스마의 대류(對流)가 둔해지고 온도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주변보다 어둡게 보이는 부분이 태양 흑점이다.

 ◆태양폭풍 부르는 흑점=흑점이 생기면 주변에 높은 에너지가 쌓인다. 이 힘은 일정한 한계를 넘으면 밖으로 터져 나온다. 1메가t짜리 수소폭탄 수십억 개가 일시에 터질 때의 에너지와 맞먹는 규모다. 플레어(solar flare)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플레어가 발생하면 X선 등 강한 방사선이 쏟아져 나온다. 이어 코로나질량방출(CME)이 시작된다. 코로나는 태양 가장 바깥쪽을 둘러싸고 있는 초고온 가스층이다. 섭씨 100만 도가 넘는 입자들로 이뤄져 있다. 평소 태양 중력에 붙잡혀 있던 이 입자들이 플레어의 충격으로 함께 방출되는 것이다. X선 등은 폭발 후 약 8분, 코로나 물질은 30분~3일 뒤면 지구에 도달한다. 둘을 합해 태양폭풍이라고 부른다.

 ◆전기 끊기고 위성 ‘먹통’=태양폭풍은 지구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 인공위성이 코로나 물질에 맞아 고장 나거나 궤도에서 이탈하는 사고도 있었다. 1994년 캐나다 통신위성 두 대(ANIK E1, E2)가 동시에 고장 나 전화·TV 중계가 수 시간 동안 중단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기를 띤 입자가 지구 자기장과 충돌해 일어나는 지자기(地磁氣) 폭풍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송전 시스템을 마비시킨 사례도 있다. 89년 캐나다 퀘벡에서다. 강한 지자기 폭풍으로 수력발전소 변압기가 타버린 것이다. 이 사고로 9시간 이상 전력 공급이 중단돼 900만 명이 피해를 봤다. 지난 3일 발견된 흑점에서도 강력한 X1.9 등급의 플레어가 발생했다. 다행히 태양폭풍이 지구와 다른 방향으로 향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1년 반 뒤가 최대 위기=태양 흑점은 11년 주기로 늘었다 줄었다 한다. 기록이 시작된 1755년 이래 현재 24번째 주기(solar cycle 24) 중에 있다. 2008년 1월 최저점을 지난 이래, 해마다 가파르게 흑점이 늘고 있다. 미 해양대기청(NOAA)이 주도한 국제 전문가 패널은 이번 주기 극대기를 2013년 5월로 전망했다. 예상 흑점 개수는 월 평균 90개. 16번째 주기 극대기였던 1928년(78개) 이래 가장 적은 숫자다.

 하지만 흑점 숫자가 적다고 태양 폭풍이 약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하와이에서 오로라가 관측되고, 지자기폭풍으로 미국에서 22만5000㎞의 전신망이 마비됐던 1859년 사례(캐링턴 이벤트)가 증거다. 이 사건은 흑점 극대기 규모가 이번과 같았던 때(주기 10) 발생했다. “물방울 개수가 많을 때보다 적을 때, 각각의 물방울이 터지는 힘이 더 센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게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 홍순학 연구사의 설명이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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