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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3중고’ … 비상구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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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희망이 없습니다. 주변에 그만두겠다는 건설사 사장들 많아요.”(경북지역 G건설 대표)

 “벌어서 이자도 못 갚은 회사가 절반가량 됩니다.”(건설단체 임원)

 건설업계가 일감 부족, 부채 증가, 잇따른 휴·폐업의 3중고에 떨고 있다. 건설업체 전체 수주 물량은 2008년 120조원에서 지난해 103조원으로 줄었고, 올해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공공공사 발주 물량이 7% 넘게 줄어들 예정이다. 시민단체 등에서 건설업체를 위한 특혜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4대 강 사업도 건설업계엔 ‘빛 좋은 개살구’다. 원가 심사 강화 등으로 업체들은 저가 입찰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손해를 봤다는 업체가 적지 않다. 낙동강 공사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비가 쏟아지면서 흘러내려온 흙 때문에 준설을 다시 하면서 공사비가 계획보다 20% 늘어나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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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이 줄면서 빚은 늘고 문 닫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중소 건설업체 모임인 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2008년부터 매년 3000개 이상의 건설업체가 폐업하거나 등록말소됐다. 사업 물량이 크게 줄면서 공사를 못한 회사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지난 7월 부도가 난 부산의 동인스탠다드는 건설 기술자를 70명이나 보유했지만 사업 물량이 줄어들고 자금난이 누적돼 끝내 부도를 맞았다. 9월엔 충남의 삼익진흥건설이 저가 수주를 견디다 못해 끝내 문을 닫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건설업계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며 “업계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리모델링 층수 규제 완화, 사회간접자본(SOC) 민자사업 규제완화 등은 논의만 무성할 뿐 언제 이뤄질지 기약조차 없다. 이뿐이 아니다. 내년 1월 실시 예정인 100억원 이상 공공발주 공사 최저가 낙찰제 확대는 건설사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업계는 최저낙찰제가 확대되면 업체들 간 과당경쟁, 덤핑수주가 더 잦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등 국내 23개 건설 관련 단체는 9일 집단으로 최저가 낙찰제 반대 성명을 내기로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연구위원은 “정부가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 건설업계의 숨통을 틔워줘야 건설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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