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남윤호의 시시각각

때려잡자 고금리, 아니면 말고

중앙일보

입력 2011.11.08 00:00

업데이트 2011.11.08 00:03

지면보기

종합 38면

남윤호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국내 1·2위 대부업체들이 법정 상한선보다 높은 이자를 받다 적발됐다. 이들은 대부업법에 따라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1위인 러시앤캐시는 7일 홈페이지에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해명자료를 올려놨지만, 판단은 관할관청(서울시 강남구) 몫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싸늘하다. 잘 걸렸다, 짜증나던 TV광고 안 보게 됐다 하며 고소해하는 반응이 많다. 이참에 대부업체들을 다 쓸어버리자며 흥분하는 사람도 있다. 서민의 피를 빨아먹는 ‘샤일록’들을 몰아내자는 거다. 서민도 싼 대출을 쉽게 쓸 수 있는 평화로운 ‘금융 생태계’를 가꾸자는 주장이다.

 말처럼 되기만 한다면야 얼마나 좋겠나.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금융 문맹, 즉 ‘금맹(金盲)’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선을 그어 강제하는 가격규제는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기 어려운 법이다. 의도는 서민보호이지만, 실제는 서민부담으로 나타나곤 한다. 보통 정부가 정하는 최고가격은 시장의 균형가격보다 낮다. 따라서 규제 자체가 공급 감소와 수요 확대를 부른다. 당연히 암시장이 성행하게 된다. 예컨대 기름값을 누르면 유사석유가 판치거나 끼워팔기가 극성을 부린다. 금리를 규제하면 은행들은 꺾기를 하거나 대출 커미션을 받아 손실을 메운다. 이처럼 가격의 최고 또는 최저 한도를 못 박아 시행하는 규제는 부작용을 키운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중론이다.

 대부업 금리도 마찬가지다. 최고한도를 낮춘다고 대부업체들이 ‘네, 형님’ 하며 일사불란하게 따를 거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상한선을 지켜선 돈 벌기 어렵겠다 싶으면 단속위험을 감수하고 불법 사금융으로 내달리는 게 대부업의 속성이다. 그들의 먹잇감은 누구인가. 법정 금리로는 도저히 돈을 융통할 수 없는 서민들이다. 가장 취약한 계층이 금융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꼴이다.

 게다가 대부업 최고금리는 너무 급하게 낮춰진 감이 있다. 2002년 연 66%였던 것이 2007년 49%로 5년 새 17%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다 2010년엔 44%, 다시 올 6월엔 39%로 내려왔다. 그 효과는 숫자로 확인된다. 올해 최고금리 인하 후 약 3개월 새 등록 대부업체 703개(6.8%)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들에게 돈을 대주던 전주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마 지금쯤 불법 사금융 시장 어딘가에서 고리대금을 하고 있을 거다. 이처럼 대출금리 상한선의 급격한 인하는 ‘불법 사금융 육성책’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30%로 추가 인하를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의 일 처리 순서도 잘못됐다. 등록 대부업체들의 불법 고금리를 단속한 게 잘못이란 얘기가 결코 아니다. 현행법 위반을 적발하고 제재하는 건 당국의 책무다. 다만 그 후폭풍을 감안한다면 불법 사금융에 대한 단속을 먼저 철저히 하는 게 순서다. 이게 뒤바뀌다 보니 대형 대부업체들의 영업정지는 불법 사금융엔 절호의 비즈니스 찬스가 돼버렸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겐 추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은 보완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으나 구체성이 약하다.

 아직도 대부업 금리는 내리눌러도 된다거나, 말 안 들으면 조지면 된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대부업 금리를 낮추는 즉효약은 없다. 대부업체들의 자금조달 루트를 다양하게 터주고,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경쟁을 촉진시키는 게 정답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체들의 대출액은 지난해 말 7조5655억원, 이용 고객은 221만 명에 이른다. 미등록 업체를 포함하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10%쯤이 대부업체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대부업은 이 정도 덩치를 지닌 금융시장의 실체다. 꼴 보기 싫다고 언제까지나 사회악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또 이들을 때려잡자고 기세등등하게 나서 봤자, 뒷감당하기도 어렵다. 금융엔 ‘아니면 말고’가 통하지 않는다.

남윤호 중앙SUNDAY 사회에디터

Innovation Lab

ADVERTISEMENT